[사설] 잇따르는 2030 비하, 케케묵은 구태 정치의 민낯

입력 2021-04-06 04:04
4·7 재보궐 선거전이 격화하면서 20·30대를 겨냥한 막말이 줄을 잇고 있다. 일간지 기자 출신 한 인사는 국민의힘 유세차량에 올라가 지지 발언을 한 20대를 ‘바보’라고 비하하는 글을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얘네들 얼굴 잘 기억했다가, 취업 면접 보러오면 반드시 떨어뜨리세요. 국민의힘 지지해서 문제가 아니라 바보라서 문제입니다”라는 극언도 했다. 박노자 오슬로대 한국학 교수는 이들 2030세대들에 대해 “실망한 문재인 지지자가 아니라 본래 극우 쪽에 섰던 분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친여 성향인 류근 시인은 지난달 28일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를 붙들고 오세훈을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으면 그 청년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라며 여론조사에 응답한 청년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그는 “도대체 정상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면 어찌 오세훈·박형준 같은 추물을 지지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했고, 유권자 비하라는 비판이 일자 “그냥 돌대가리들 비판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정 유권자층을 향한 비난은 과거 선거전에서도 이따금 등장했지만 선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정치 불신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김대호 관악갑 후보는 “30대 중반,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그냥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발언했다가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이던 2030세대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젊은층을 겨냥한 비방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감수성, 가치관을 갖고 있다. 기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비하하고 성향에 따라 갈라놓으려는 것은 ‘꼰대 정치’의 일그러진 민낯일 뿐이다. 자기편일 때는 추켜세우다가 돌아서니까 폄훼하는 얄팍한 행태는 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미래 세대의 고민과 좌절, 분노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이 비판적으로 돌아섰다면 겸허하게 그 이유를 돌아보고, 소통의 통로를 넓히려 힘쓰는 게 올바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