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가 투기인가… 강원도 전직 공무원의 ‘기막힌 재테크’

입력 2021-04-06 04:03 수정 2021-06-25 17:58
지난달 10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 평일 오전, 카페 개장 한 시간도 채 안 된 시점이었지만 이미 카페 안은 음료를 마시며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손님 30여 명으로 북적였다. 총 2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금방 가득 찰 정도였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閣)’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이 카페는 강원도청 전직 고위 공무원이 가족과 함께 소유하고 있는 땅에 위치했다. 그가 땅을 매입한 시기는 강원도와 춘천시, 네이버가 춘천에 NHN연구소(현 NHN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협약식을 맺은 지 5개월 뒤로, 구체적인 위치가 일반에 공개되기 전 시점이다. 그가 산 땅은 이후 개발을 통해 지역 명소로 거듭나면서 매입 당시보다 공시가격 기준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NHN연구소 유치” 비공식 발표 후 매입
5일 국민일보가 확인한 해당 토지 일대의 대법원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면 강원도 전직 공무원인 A씨는 2005년 1~2월 동서 B씨와 함께 춘천시 동면 일대 토지를 사들였다. 앞서 2004년 9월 강원도와 춘천시는 춘천에 NHN연구소와 연수시설 등을 유치하기로 협약식을 체결했다. A씨는 토지 매입 경위에 대해 “나중에 은퇴하고 동서랑 카페나 운영해야겠다 생각해서 부동산에 나온 매물 중 하나를 산 것”이라며 “당시 이미 NHN연구소가 들어온다고 발표된 뒤에 산 것이기 때문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자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협약서 원본에는 ‘만천리 330-17 일원’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 협약서는 대외 공개 자료가 아니었다. 협약식에 관한 언론 보도에는 연구소 유치와 관련해 ‘춘천 만천리’ 외 세부 지번이 포함되지 않았다. A씨의 설명처럼 공개된 정보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강원도가 NHN연구소 등이 포함된 NHN도시첨단산업단지(네이버산단)를 조성하겠다는 고시를 공식 발표한 시점은 A씨가 땅을 산 지 무려 6년 8개월 뒤인 2011년 10월이다. 이에 대해 A씨는 “고시는 모든 인허가 절차를 마친 뒤 법에 따른 절차일 뿐, 실제 부지가 특정된 건 그 이전”이라고 설명했다.

산단 바로 옆에 위치한 땅

NHN산단은 1~2단계 개발을 거쳐 2014년 11월 완공됐다. 절묘하게도 A씨의 땅은 NHN산단과 직선거리로 불과 100m 거리다. A씨는 퇴직 후 해당 부지 개발을 추진하고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와 보증금 2억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해당 부지에 들어선 카페는 2019년 10월 말 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졸지에 춘천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힘입어 A씨 매입 당시 ㎡당 3만4300원 수준이었던 해당 토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당 40만4900원으로 매입 당시보다 10배 넘게 치솟았다. 인근 부동산 설명에 따르면 해당 토지의 현 시세는 ㎡당 1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전체 면적을 합하면 땅값만 시가 25억원이 족히 넘는다. 춘천 시내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구봉산 카페거리 인근 지역은 경관이 좋다 보니 춘천에서도 거의 땅값이 제일 많이 오른 지역”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지번이 일반에 공개되기 전 구입한 산단 인근 토지가 향후 막대한 지가 상승 혜택을 누린 게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이와 관련해 A씨는 “원래는 (매입한 땅이) NHN산단 부지와 거리가 있었는데, 네이버가 산단을 확장한다고 추가 매입하면서 공교롭게 바로 인접하게 된 것”이라며 “NHN산단 개발 계획을 미리 알고 토지를 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 임용 후 기업유치나 도시계획 관련 부서에 근무한 적이 없으며, 토지 매입 2년 전부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파견으로 도청 밖에서 일했다”고 강조했다.

땅값(공시지가)이 10배 넘게 오른 것에 대해 A씨는 “NHN산단 때문이 아니라 2019년 건물 신축으로 지목이 농지에서 대지로 바뀌면서 인근 표준지 가격으로 공시지가가 책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근 땅값이 오른 것 역시 NHN산단 영향보다는 구봉산 카페거리가 유명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된 뒤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는 의혹은 현직에 있을 때에도 제기됐던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공직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단순한 의혹에 대해 비난까지 받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반론보도] <투자?투기? ‘땅값 10배’ 前 도청 국장님의 기막힌 재테크[스토리텔링경제]>, <투자인가 투기인가…강원도 전직 공무원의 ‘기막힌 재테크’> 관련

본지는 2021. 4. 5. 인터넷 홈페이지에, 2021. 4. 6. 각 지면과 인터넷홈페이지에 각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토지 매입 사실이 없고, 해당 토지는 중개업소를 통해 매입하였으며, 산업단지의 부지 확보는 모두 NHN에서 협의 매수로 이루어져 토지 수용이나 토지거래허가 자체가 없었다”라고 밝혀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막힌 재테크[스토리텔

춘천=이종선 신준섭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