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속도전, 마스크 없는 일상, 여행 재개 소식이 들려온다. 경제심리지수, 수출, 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이고 올해 우리나라는 3%대, 경제 규모가 우리의 10배 이상인 미국은 무려 7%대 성장을 전망한다. 4차 유행 조짐과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 코로나19 상황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신속하고 확실하게 경제 반등을 이뤄내 감염병이 휩쓸고 간 글로벌 경제의 판세 주도권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한 각국의 열띤 달음질이 시작됐다. 방역수칙에 따라 조심조심 하루를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기 회복이란 곧 일자리다. 취업과 월급, 그 메마른 땅에 단비를 고대하는 마음에 막 움튼 경기 회복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일자리 상황판과 2월 고용동향 통계를 살펴봤다.
일자리 양극화. 근로자와 일자리 특성, 그리고 부문별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사정이 판이하다. 더 많이 나빠진 데서 더 강하고 빠른 회복이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47만3000명 감소했는데 청장년층 취업자, 36시간 이상 일자리 취업자가 크게 감소하고 그 자리를 은퇴연령대 취업자, 단시간 일자리가 대체했다. 홀로 자영업자가 늘고 임시 일용직 일자리가 대거 줄었는데 상용직 일자리 증가는 답답하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 인구가 1년 전보다 76만3000명 늘었고,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7%에 달한다. 고용이 많이 창출되는 도소매, 음식숙박 등 서비스업은 긴급재난 상태다. 일자리 규모가 축소되면서 일자리 지도가 다시 그려진 것이다. 노동시장 취약계층과 고용이 많은 부문의 일자리 충격이 더 크고 코로나19 피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문에는 생존자 프리미엄이 붙는다. 코로나19처럼 경기 회복도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지 않는다.
일자리 회복의 속도와 방향. 경기 회복과 고용 회복 간 관계가 느슨해지고 시차가 커지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은 경기 회복의 특징에서 경제구조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이미 30년간 회자돼 왔다. 기술과 지식집약형 산업 구조화와 자동화 추세에 코로나19가 화력을 더해준 격이라서 사라지고 무너진 일자리의 재건이 경기 반등을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일자리 회복이 더딘 지점에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깔되 기업이 자신 있게 채용 재개와 확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사격이 필요한 이유다. 일자리가 영구소멸된 지점에 미련을 두기보다 새로운 일자리로 일사불란하게 노동력이 재배치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일도 시급하다. 사회안전망은 고용 충격에 대한 에어백일 뿐 일자리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긴급 수혈 이상의 과감하고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을 갖춰야 한다.
일자리를 찾아서. 일자리를 민간이 만든다는 상식이 상식으로 복권된 지 2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기업의 대규모 채용 소식은 여전히 뜸하다. 2019년 기준 전체 일자리의 78.9%가 영리 기업에 속해 있고 정부와 비법인단체 일자리는 11.3%에 불과하다. 공공일자리가 신산업 발전, 생산성과 고부가가치 창출, 글로벌경쟁력 등을 책임질 수 없다. 일자리 문제에 공공의 가치가 구현돼야 하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기업에 있다. 취업 이후 월급에서 교육비를 분할 상환하는 기업 맞춤형 취업교육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창출하면서 노동시장 효율성에도 기여한다. 이것이 민간기업이 하는 일이다. 일자리 문제에서 민간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
막 시작된 우리 경제의 회복이 고용 없는 성장의 산 증거가 될 것인지, 고용 호황의 모범 사례로 우뚝 설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동상이몽에서 박차고 일어나 이인삼각 달리기를 시작하자.
신자은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