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한 몸처럼… 이웃을 하나로 연결한 ‘나눔의 소통’

입력 2021-04-07 03:04
안성제일장로교회 여신도회 회원들이 지난해 3월 교회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천 마스크를 만들다 양신 목사(왼쪽 여섯 번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성제일장로교회 제공

경기도 안성을 동서로 잇는 중앙로 변에 자리잡은 안성제일장로교회(양신 목사)는 1902년 설립된 이 지역 최초의 교회다. 교회는 119년 동안 안성에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했다.

지난달 23일 교회를 찾았다. 2006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한 교회는 새롭게 조성된 도시의 한 가운데 자리잡았다. 양신(49) 목사는 “안성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면서 지역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따뜻한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교인들에게도 이 점이 큰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양 목사가 2014년 부임한 이후 교세는 4배 가까이 성장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해마다 300명이 등록할 정도였다. 현재는 재적 교인 3000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코로나19로 교회의 사역도 변화했다. 교회는 지역사회를 더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고 발빠르게 지원에 나섰다. 교회는 정부가 교회 방역 지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선제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비대면예배 전환도 지역의 다른 교회보다 빨랐다. 양 목사는 “많은 교인이 모여 예배드리고 친교하는 교회가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선제적 방역을 결정했다”며 “최근 지역의 축산업체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도 교역자와 직원, 장로들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자진해 받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막 확산하던 지난해 3월, 방역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자 교인들은 천 마스크 수천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전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안성시민들에게 단비와도 같던 일이었다. 코로나19로 교회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예상치 않았던 사역도 시작했다. 교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담은 김장김치를 이웃과 나눈 것이다.

교회 봉사자들이 이웃에게 전할 반찬을 승합차에 싣고 있는 모습. 안성제일장로교회 제공

개척교회 월세 지원도 했다. 코로나19 초기 시작한 헌금으로 그동안 세 차례 월세를 지원했다. 월세뿐 아니라 안성의 젊은 목회자들에게 격려금도 전했다. 지역사회를 향한 목회는 고정렬 원로목사 때 시작한 ‘사랑의 연탄헌금’이 뿌리다. 성탄절 헌금은 전액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수술이 필요한 아이들의 수술비도 지원한다. 자녀가 있는 150가정에는 매달 반찬을 만들어 보낸다. 지난해 안성에 수해가 났을 때도 수재민들에게 담요와 옷가지를 비롯한 생필품을 지원했다. 노후 주택 수리도 교회의 몫이다. 교인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주민 가정도 방문해 집을 수리한다.

사회봉사가 교인을 늘리려는 목적은 아니다. 지역을 돌보는 게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서다. 양 목사는 “안성과 함께 성장한 교회다 보니 교인들 사이에도 지역사회를 섬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교회의 4대 목표인 예배와 선교, 구제, 다음세대 양육 중에도 구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살아있는 예배는 교인 양육의 원칙이다.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를 강조하는 양 목사는 경건한 예배로 교인을 양육한다. 훈련받은 교인은 삶의 자리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간다. 코로나19로 모이는 게 어려워지면서 가정에서의 기도 생활도 강조한다. 교회 1층 소예배실은 언제나 개방하는 기도의 집이다. 방역 때문에 교회를 찾는 게 쉽지 않지만, 이 기도실은 지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기도하러 다니다 등록을 한 교인도 있다.

교회는 충북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더릭 밀러(한국명 민노아·1866~1937) 선교사가 세웠다. 교회가 해외 선교를 하는 건 ‘복음의 빚진 자’로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다. 여러 국가로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는 2019년에는 필리핀인 사역자를 캄보디아로 파송했다. 캄보디아에 인도차이나반도 선교를 총괄하는 선교센터를 세우는 게 목표다. 교회가 파송하는 모든 선교사가 이 선교센터에서 6개월 동안 훈련받고 선교지에 부임하도록 하는 게 세계선교를 위해 교회가 그린 큰 그림이다.

양 목사는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 6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선교훈련을 받았는데 그때 이런 선교센터를 구상했다”며 “체계적인 선교, 현지인과 호흡하는 선교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교회는 만나기 어려운 교인을 위해 ‘문고리 심방’을 하고 있다. 목회자들이 교인 가정을 방문해 문고리에 방역 마스크와 비타민, 엽서 등이 든 가방을 걸고 기도하는 심방을 말한다. 양 목사는 “교인들에게도 ‘잘 될 겁니다. 코로나19 전보다 더 잘 될 겁니다’라고 격려한다”며 “조만간 안성 시민들을 축복하고 위로하기 위해 ‘블레싱 안성’ 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성=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웰컴 투 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