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내로남불·위선·무능’ 등의 표현을 4·7 재보궐선거 관련 투표 독려 문구로 쓸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을 놓고 선관위의 중립성 훼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선관위의 불공정” “야당 탄압”이라며 맹공을 가했지만, 선관위는 여야를 막론하고 동등한 잣대로 문구를 제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주말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문구 사용 여부를 선관위에 문의했지만 “사용 불가능” 답변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선관위는 “(일반인이) 그 표현을 통해 특정 정당을 반대하거나 그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상식을 벗어난 선관위의 폭주”라고 주장했다. 앞서 선관위가 편파성 논란 끝에 중단된 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을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은 반면 일부 여성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 문구 캠페인을 벌이지 못하도록 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여당에는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야당에는 엄정한 법 잣대를 들이댄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선관위 내 주요 인사의 정치 편향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5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키로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 인증한 선관위의 자승자박”이라고도 비꼬았다.
그러나 선관위는 특정 정당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이런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중립성 훼손은) 사실이 아니다”며 “위선, 무능, 내로남불 표현 외에도 ‘거짓말하는 일꾼 투표로 걸러내자’ ‘당신의 투표가 거짓을 이긴다’는 표현도 제한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야당 공격 포인트를 연상케하는 문구도 같은 취지로 제한했고, 특정 정당 또는 후보를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허하고 있다는 취지다.
선관위는 또 ‘보궐선거 왜 하죠’ 문구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이유에 대해 “일반 선거인이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아는 이번 선거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58조는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할 수 있지만,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활동에 대해선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관위 결정에 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야당의 정치쟁점화 시도에 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관위는 앞서 ‘봄’이라는 표현이 민주당을 떠올릴 수 있다면서 못 쓰게 했다. 선관위는 선관위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최근 민주당이 내건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사전투표해’라는 현수막에 대해 민주당을 떠올릴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대한민국 서울(부산)에 다시 봄이 옵니다’는 현수막을 내건 점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김동우 박재현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