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2분기 접종대상의 시기를 일부 앞당겼다. 고3 수험생 등 최대 49만여명을 추가로 접종대상에 포함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1차 접종자가 1.85%에 불과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접종대상자 확대는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하고, 접종을 서두르기보다 안정적인 접종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4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96만2083명, 2차 접종자는 2만7298명이라고 밝혔다. 인구대비 접종률은 1.85%인 셈이다. 이는 1차 접종이라도 한 비율이고, ‘집단면역’을 위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을 따지면 0.05%에 그쳤다. 접종 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접종률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유행이 재확산되면서 정부도 조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데도 조기 접종, 대상 확대를 결정한 이유로 추진단은 3분기 도입 예정 물량이 2분기보다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난 2일 정은경 추진단장은 “3분기에 예정된 물량들이 더 많이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3분기에 들어오는 물량이 있으므로 2차 물량에 비축된 것을 가져다가 (1차) 접종을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재고관리를 하면서 최대한 그 상황에서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반영해 1차 접종 대상자를 확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주기는 당초 지침인 8~10주에서 8~12주로 늘렸다. 만약 백신 공급이 지금보다 경색될 경우 할 수 없이 2차 접종분을 당겨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2분기에 접종이 앞당겨진 대상군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초교 1~2학년 교사, 돌봄인력 등(49만1000여명)이다. 이들의 접종 시기는 6월에서 5월로 당겨졌다. 신장 투석 중인 만성질환자(9만2000여명)도 당초 6월에서 4월로 접종이 빨라졌다. 항공승무원(2만여명)의 접종도 4월 중순에 이뤄진다. 새롭게 추가된 우선접종 대상자는 고교 3학년 학생·담당교사다. 이들은 약 45만~49만명으로 추산된다. 접종 시기는 조율 중이며 여름방학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원급 의료기관·치과·한방·약국의 경우 원래 보건의료인만 접종 대상이었지만 해당 기관 종사자 전체로 접종대상을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접종을 너무 서두르는 것을 경계했다. 현재 정부 계획대로 접종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고 봤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증 논란이 더 커지면 자칫 전체 백신 계획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3과 항공승무원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아니고 집단감염이나 사망자도 없는데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우선접종 대상으로 정한 건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며 “국내 공장을 증설하든지 백신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서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지 접종만 급하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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