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탁해진 여야 막판 선거전… 선관위는 중립 논란

입력 2021-04-05 04:03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점점 더 혼탁해지고 있다. ‘내곡동 땅’ ‘도쿄 집’ 등의 네거티브 캠페인도 모자라 이제는 근거 희박한 승리 주장이나 비방전, 폭력설 등으로 진흙탕 선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참석한 진보 유튜버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은 사실일 경우 심각한 법 위반일 수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시 한 유튜버는 기표한 투표용지를 본 참관인의 전언을 근거로 당일 사전투표에서 박 후보가 55대 45 정도로 이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표 내용을 외부에 알려준 것이나, 이를 근거로 특정 후보의 승리를 주장한 것 역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이 4일 중앙선관위에 고발했으니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박 후보 측의 ‘중대결심설’을 둘러싼 비방전도 어이없는 촌극이다. 박 후보 측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사퇴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국민의힘이 “박 후보가 사퇴하냐”고 조롱한 것이다. 중대결심설도 뜬금없지만 상대 후보 사퇴를 거론한 것도 품격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래당 오태양 후보는 유세 때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맞았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허위라고 반박하면서 서로 맞고발할 태세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전도 ‘색깔론 공세’니 ‘허위사실 유포’니 하며 서울 못지않게 혼탁스럽다. 자칫 이러다가 나중에 결과에 불복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각 진영이 남은 이틀간이라도 비방전에서 벗어나 공명정대한 선거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와중에 선관위가 중립을 의심하게 하는 태도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 국민의힘이 최근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쓸 수 있는지를 문의했는데 선관위가 특정 정당을 유추하게 하니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이다. 내로남불이 여당을 연상시킨다는 의미일 텐데, 그런 판단도 씁쓸하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그 정도 표현도 못 쓰게 한 건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선거가 끝나면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법 조항과 선거관리 규정들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