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신뢰 스스로 훼손한 김 처장의 처신 부적절하다

입력 2021-04-05 04:05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7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면담’할 때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김 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 지검장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관용차량과 수행원을 보내 마중하고 배웅까지 한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그럼에도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며 규정을 어긴 게 없다고 반박한다.

김 처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이 지검장과의 만남을 ‘면담 겸 기초조사’로 규정했다. 검찰도 유명인을 조사할 때 관용차를 제공해 청사로 데려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경우 검찰은 해당 피의자의 청사 출입 기록과 조사 내용을 남긴다. 그러나 김 처장은 관용차량 제공으론 부족했는지 이 지검장의 출입 여부를 비밀에 부쳤고, 면담 내용도 남기지 않았다. ‘황제조사’ 비판을 듣는 이유다. 이 지검장이 이를 예상하고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관련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논란이 거세자 김 처장은 “앞으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뒤늦은 사과보다 김 처장의 인식 전환이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하다. 김 처장은 면담 내용을 기록에 남기지 않은 건 수사준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정성 시비를 부른 건 유감이나 한마디로 본인 잘못은 없다는 게다. 그러나 수사준칙엔 조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밝히도록 명시돼 있는데 김 처장은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수사의 생명은 공정성, 독립성에 있다. 공수처 수사대상은 고위공무원이다. 앞으로 비위 혐의가 있는 고위공무원 모두 이런 식으로 수사하고 조사할 건지 궁금하다. 공수처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도 전에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