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한국 민주화 운동 때 받은 사랑… 한국교회, 미얀마에 돌려주자

입력 2021-04-05 03:03
미얀마 기독교인들이 지난 2월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흘레단 사거리 인근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시민과 군인·경찰 사이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군경은 자신들이 지켜야 할 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발포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지난 역사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1980년 광주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민주화 과정, 우리도 군경에 맞서 피를 흘렸습니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대열을 이끌며 먼저 쓰러졌고 일부는 투옥됐습니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이런 희생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기독교 민주화 세력의 구심점이었습니다. 세계교회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든든한 조력자였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NCCK와 긴밀히 접촉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습니다. 기도회와 긴급 성명 발표, 외신 제보 등을 통해 무관심한 세계의 여론을 환기했습니다. 큰 재정도 지원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세계교회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싸운 셈이었죠.

에큐메니컬 원로들도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유지재단 이사장은 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박정희 쿠데타 이후 87년 6월항쟁까지 세계교회는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는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면서 “당시 WCC를 위시한 세계교회가 기도와 연대를 비롯해 적지 않은 헌금을 보냈고 이를 가지고 전국 규모의 민주화 투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WCC는 74년 터진 민청학련 사건으로 안 이사장을 비롯해 다수의 기독교 인사들이 구속되자 전 세계 교회와 인권단체를 독려하며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었죠. 세계교회와 한국의 민주주의 운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2004년 청와대를 방문한 WCC 중앙위원들에게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WCC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근본적인 지원을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한국의 민주주의 확산과 정의와 인권 인식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받은 사랑은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미얀마를 돕자는 뜻입니다. 태국을 거점으로 미얀마와 협력 사역을 하는 허춘중 선교사는 “지금 당장 한국교회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기도회를 열고 헌금도 한 뒤 이를 미얀마교회협의회(MCC)에 전달해야 한다”며 “이런 관심이야말로 꺼져가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미얀마교회가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지름길”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게다가 “미얀마 선교를 위한 기틀을 닦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부활절이 지나고 ‘기쁨의 50일’이 시작됐습니다. 기쁨의 절기, 교회들이 힘을 모아 군홧발에 짓밟히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는 건 어떨까요. 받은 사랑을 나눌 때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