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7년째 노숙농성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아파했다

입력 2021-04-05 03:02
이홍정 NCCK 총무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하는 기도회를 통해 말씀을 전하고 있다. 신석현 인턴기자

부활주일에 앞선 고난주간을 보내며 한국교회는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을 잊지 못하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연속 기도회도 개최했다.

지난 2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청 인근 부지에 자리한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 협의회’ 사무실. 컨테이너 형태의 임시 건물에서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인 2학년 1반 김수진 아빠 김종기씨와 사무처장인 2학년 9반 진윤희 엄마 김순길씨가 목회자들을 맞이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부활절 새벽예배를 준비하는 교회일치위원장 육순종 목사와 부위원장 김광년 목사, 서기인 한국정교회 박인곤 보제가 이들을 찾았다.

가족협의회 김 운영위원장은 “2014년 참사 뒤 7년이 돼 가는데 국가정보원과 군 관련 기록을 공개해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이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면서 “기록이 공개되고 사고 원인이 제대로 규명돼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받는 사회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 목사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히 죽었다 살아나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간 것”이라며 “정부가 진상규명 약속을 지키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더 내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참사 초기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부터 함께해 준 한국교회 성도들께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홍정 NCCK 총무는 이날 저녁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7주기, 진상규명을 위한 고난 주간 성금요일 기도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이 총무는 이사야 64장 7~11절을 본문으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지금도 그저 침묵하라는 폭력이 횡행한다”면서 “7년간 진상규명을 외치며 유가족들이 여전히 노숙 농성을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책임 있는 진상규명을 새 출발점으로 대한민국의 생명과 안전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 시점에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기억·약속·책임을 떠올리는 기도를 함께했다.

앞서 기독교대한감리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NCCK 소속 교단들은 고난주간 매일 저녁 청와대 앞을 찾아 하루씩 돌아가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개최했다.

안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