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광동 (15) 더멋진마을 프로젝트… 열악한 마을 통째 ‘업글’

입력 2021-04-06 03:02
김광동 더멋진세상 대표와 봉사자들이 2018년 아프리카 세네갈 본나바 마을에서 사막 위에 그물망을 치고 딸기를 재배하는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외교관 생활을 접고 NGO 대표가 돼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더멋진세상의 차별성은 무엇입니까”였다. 준비된 답을 내놓기보다 질문에 답하기를 반복하면서 구체화한 아이디어가 바로 ‘더멋진마을 프로젝트’다.

더멋진마을 프로젝트는 가난하고 열악한 마을을 총체적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우리가 처음 접하는 마을은 아이들 3명 중 1명이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곳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할 우물을 파고 보건소를 세우고 말라리아 예방사업을 펼치자 유아 사망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많아지니 학교가 필요했다. 학교를 세우니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을 먹일 음식이 필요했다. 농업전문가들을 투입해 땅을 일궈 농지를 개발하는 법을 교육하니 굶주림 문제가 해결됐다.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지면 삶의 질 문제로 넘어간다. 이때부터 소득증대를 목표로 특수 작물의 재배와 축산업 봉제업 등 다양한 기술을 가르친다. 이 모든 과정을 더멋진마을 프로젝트로 부른다. 성공하면 지역개발의 모델로서 주변의 희망이 되고 빈곤국 전체의 정책 대안이 된다.

더멋진마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했다. 2012년 말 신종원 주세네갈 대사에게서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왔다. 기니비사우의 대통령이 방한 중에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도입에 도움을 줄 방법이 있겠느냐는 거였다. 주세네갈 대사는 당시 기니 기니비사우 말라위까지 총괄하고 있었다.

신생 NGO로서 감당할 만한 일은 아니기에 즉답은 못 하고 일단 방문해 조사하기로 했다. 2013년 3월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를 경유해 세네갈까지 가는 데 하루가 걸렸다. 이튿날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다시 비행기로 이동해 기니비사우에 도착하는 데 총 40시간이 걸렸다. 기니비사우의 비사우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했다. 군대 막사를 개조한 임시 건물 형태의 숙소에 체크인했다. 군사 쿠데타와 오랜 내전으로 도시 곳곳이 파괴돼 있었다.

다시 사륜구동차로 비포장도로를 2시간 달려 블롬 마을에 도착했다. 공동 우물은 썩어 있었고 사람들은 흙집에서 발가벗고 생활했다. 기온이 40도가 넘으니 집 안에 돼지 염소 닭 개 등 온갖 가축이 함께 지냈다. 어디를 가도 썩은 내가 진동했다. 바깥 날씨가 워낙 무덥고 습하니까 그나마 시원한 실내 흙바닥에서 사람과 가축이 함께 뒹구는 거였다. 사람과 동물이 구정물로 목을 축이며 수인성 질병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슬픔과 함께 분노가 일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삶이 너무도 비참해 보였다. 숙소로 돌아와 침대 옆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하나님, 우물 한두 개 파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 능력을 벗어납니다.” 그러자 “그래서 네가 온 것 아니냐. 너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이 일을 하겠느냐”는 음성이 들려왔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