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5% 상승했다. 14개월 만에 최고치다.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과 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저물가 기조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일고 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장기적 물가상승)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섰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5% 올랐다. 지난해 1월(1.5%) 이후 가장 상승폭이 컸다.
물가상승의 주 원인은 농산물이다. 농축수산물은 작황 부진과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 등으로 13.7% 올랐다. 유례없이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작황이 좋지 않았던 파 값은 305.8% 급등했다. 사과(55.3%) 고춧가루(34.4%) 쌀(13.1%) 등도 크게 올랐다. 달걀(39.6%) 국산 쇠고기(11.5%) 돼지고기(7.1%) 등 축산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 여파에 공업제품 물가는 0.7% 오르며 지난해 3월(1.3%)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가정 내 수요가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가 8.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가 회복하며 물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는 수준인데 앞으로 높아질 우려가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좀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사전 차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이억원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및 물가 관계 차관회의를 열고 “현재 추세와 작년 2분기에 낮았던 물가 수준을 감안할 때 올해 2분기 물가 오름폭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면서 “일시적 물가 상승이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방 공공요금 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지난주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꾸라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돈풀기’에 나서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