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글로벌 브랜드 불매운동, 신세계면세점까지 불똥

입력 2021-04-02 04:03

신장 면화를 둘러싼 중국발 불매 운동의 불똥이 신세계면세점으로 튀었다. 신세계면세점이 신장 면화를 지지한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중국인 멤버 잭슨 (사진) 사진을 SNS 계정에서 내리자 중국 네티즌들이 “부당한 대우”라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브랜드 모델로 기용한 잭슨의 사진을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삭제했다. 잭슨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가 강제노동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신장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된 직후 아디다스와의 모든 협력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이런 그를 중국에선 신장 면화를 응원한 ‘애국 연예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일부 네티즌들은 신세계면세점이 한국 내 반중 정서를 의식해 SNS에서 잭슨의 사진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면세점 측은 사진 삭제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언론은 잭슨의 강경한 태도와 연결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잭슨은 중국에서 박수 갈채를 받은 반면 한국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인들은 H&M,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가 강제노동이라는 거짓말에 근거해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고 있다며 불매 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신장 관련 동시다발적 제재를 가한 뒤로 불매 운동에 불이 붙었다.

중국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신장 면화를 보이콧하면서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것은 망상”이라며 불매 운동을 부추겼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불매 운동 여파로 중국에서 H&M 매장 6곳이 문을 닫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소비자들의 대대적인 불매 운동에 선전선동을 담당하는 중국 당국자들이 자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와 공산당 선전부 간부들은 지난달 회의를 열어 홍콩에 쏠린 국제사회의 관심이 신장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나온 결론은 홍콩식 해법이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 때 ‘미국 배후설’로 국내적 지지를 얻으며 홍콩 통제를 강화한 것처럼, 이번 신장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들을 압박하며 국내적 결집을 끌어내자는 것이다. WSJ는 H&M과 나이키 등을 향한 공격과 반감이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신장 면화 보이콧 브랜드들에 대한 불매 운동은 미·중 정부 간 갈등으로도 번졌다. 미 국무부는 중국 정부가 불매 운동을 주도하고 거대 시장을 이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거짓말에 근거해 신장 면화를 거부한 외국 기업이 중국 인민의 반감과 분노를 사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굳이 정부가 나서서 선동할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