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코린이, 지금은 ‘큰 손’… 비트코인 상승세 심상찮다

입력 2021-04-02 00:02

“지금과 3년 전 비트코인 열풍이 다른 점은 ‘코린이(초보 가상화폐 투자자)’로 불리는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상화폐 대표 격인 비트코인이 올 들어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달라진 면모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2018년 때와 같은 가격 폭락세로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7240만원 가량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달 15일 7010만원 가량까지 오른 후 15일 만인 지난달 30일 다시 7000만원을 돌파했고, 이날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로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120% 가량 폭등했다.

2017~2018년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전문가로 유명했던 A씨는 지금과 3년 전 투자 열풍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투자자들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이날 “차트만 살펴보면 가격 변동 모습은 3년 전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는 ‘큰 손’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앞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색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수년 전 주로 젊은이들이 단순한 유행에 휩쓸려 투자한 것과 달리 최근 비트코인 장세는 소위 프로들이 이끌고 있어 맥없이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31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가상화폐 투자 방침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탔다. 골드만삭스 디지털자산 본부 관계자는 이날 미 CNBC 인터뷰에서 3개월 안에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 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고객들은 최소 2500만 달러의 자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이다. 이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새로운 헤지(위험 회피) 수단을 찾는 우량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 카드업체 비자는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시범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비자는 ‘스테이블 코인(기존 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USD 코인’을 결제 수단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지급결제업체 페이팔,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도 비트코인을 결제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 원리상 가상화폐의 내재 가치(미래 현금 창출 능력)는 사실상 없는 만큼,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가상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 어느 것도 가상화폐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밝힌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3% 가량 하락한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