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작년 한은 차입금 사상 첫 100조 돌파

입력 2021-04-02 04:07

지난해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대출금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정부 지출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불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한은에 지불한 대출 이자만 470억원이 넘는다.

1일 한은의 ‘2020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융통한 일시 대출금 누계액이 10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의 36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대출금 평균 잔액도 5조1000억원을 나타내 전년대비 2조2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그만큼 정부의 ‘급전’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다.

대정부 대출금은 정부가 재원 부족 시 한은에서 급하게 빌려 쓰는 자금이다. 국고금관리법과 한은법 규정에 따라 1년 미만의 단기로 한은이 기획재정부로 대출해 주면, 기재부는 해당 회계연도의 세입으로 상환해야 한다. 일시 대출금 한도는 2010년 32조3000억원으로 증액된 뒤 지난해까지 8년째 40조원을 유지했지만,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쳐 50조원으로 확대됐다. 정부가 중앙은행에서 빌려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가 더욱 올라간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대정부 대출금이 급증한 배경에 대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지출 규모가 증가한 가운데 세입·세출 간 시점의 불일치, 세입 여건 변화 등으로 일시 부족자금 충당을 위한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정부 총지출은 4차례 추경 등의 영향으로 본예산(512조3000억원)보다 42조4000억원 증가한 55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세수는 전년대비 7조900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한은의 지난해 대정부 대출금 월별 잔액은 3월(14조9000억원), 5월(14조2000억원), 6월(21조2000억원), 9월(7조9000억원)이 다른 달보다 유독 많았다. 1~4차 추경안 처리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금 잔액은 2130억원으로 내려간 상태다. 한은에 손 벌려 급한 불을 끄고 나중에 세입으로 갚기를 반복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은에 471억7700만원을 이자로 냈다. 전년(349억4000만원)보다 이자 부담이 122억원 이상 늘었다.

정부가 중앙은행 자금을 너무 쉽게 융통해 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국고금관리법 32조는 정부가 일시 자금이 필요할 경우 우선적으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토록 규정하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