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6도 2만대’ 잘 팔려서 걱정… 보조금 소진에 충전기도 부족

입력 2021-04-02 00:03
기아는 1일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사전 예약대수가 첫날 2만1016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아 제공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기아 EV6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에 이어 첫날 사전계약분이 2만대를 가뿐히 넘기며 대박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정부가 책정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나 충전기 보급대수는 현실적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사전예약 첫날(지난 31일) 2만1016대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2019년 11월 쏘렌토가 달성한 기아 SUV 역대 최다 첫날 사전계약 대수(1만8941대)를 뛰어넘은 것이다. EV6는 기아가 연간 판매 목표치로 제시한 1만3000여대를 하루 만에 달성하며 전기차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기아 관계자는 “EV6는 전기차의 특색을 살린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긴 주행거리, 최첨단 전기차 특화사양 등으로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사전예약 첫날 2만3760대라는 신기록을 썼다. 아이오닉5의 사전예약 건수는 현재까지 4만대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목표치였던 2만6500대를 한참 넘어선 것이다. 올해 전기차 수요는 EV6와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 대수만 더해도 6만대가 넘는다. 여기에 수입차 브랜드까지 전기차 판매 공세에 나서면 본격적인 ‘전기차 붐’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월 사전예약 첫날 2만3760대를 기록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제공

문제는 전기차 보조금의 조기 소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조금 예산이 소진되면 구매자가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며 “적어도 1000만원 이상 추가로 내야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를 제때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올해 승용차 7만5000대, 상용차 4만6000대 등 총 12만1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잡았다. 다만 상반기 보조금 지급물량의 40%는 개인이 아닌 기관과 법인 등에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제외하면 개인 구매자들의 승용 전기차 보조금 대상은 4만5000대 수준으로 감소한다. 아이오닉5 예약 판매량만으로 상반기 보조금을 모두 소진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보조금을 추가 지급해 달라는 소비자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충전기 보급도 고민거리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9800기에 그쳤던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올해 3000기로 늘려 총 1만2000기를 구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수요가 폭증하는 만큼 대대적인 충전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기차 대중화를 막는 변수는 또 있다. 최근 심화하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다. 최근 현대차는 반도체 품귀, 구동모터 생산설비 안정화 등 문제로 아이오닉5의 월 생산량을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물량 조절과 대체품 조달 등으로 생산 차질을 막아 최대한 고객 인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