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군부 통합정부 출범… 내전 치닫는 미얀마

입력 2021-04-02 04:07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1일 열린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한 여성이 숨진 아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반군부 시위가 계속되고 강경진압에 따른 희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조직이 손을 잡았다. 이들은 국민통합정부를 출범시키고 소수민족 권익 보장 등을 담은 과도헌법을 선포했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예 몬 카웅 틴 띳 대변인은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CRPH는 군부 헌법을 대신할 과도헌법으로 통합정부의 뼈대를 이룰 연방민주주의헌장도 공개했다. 헌장은 독재 청산과 2008년 제정된 군부 헌법 폐기, 연방민주주의연합 건설 및 문민정부 출범을 목표로 한다.

군사정권이 제정한 헌법은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사전 배당해 의석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헌법 개정을 원천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외에도 군부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 독소 조항들이 담겨 있다.

새 헌장에는 미얀마 내 소수민족이 요구해 왔던 자치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권, 다양성, 사회적 조화, 연대, 무차별 등을 연방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에 포함시키고 소수민족이 주로 사는 각 주 최고지도자들에게 정부 장관들보다 높은 지위를 주도록 했다.

CRPH는 “국민통합정부는 연방민주주의헌장 규정에 따라 모든 연방 민주주의 세력의 연립정부이자 집단지도체제가 될 것”이라며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과 국가고문, 부통령 2명, 수상, 장관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CRPH의 국제사회 대변인격인 사사 유엔 특사도 SNS에 “2008년 (군부) 헌법은 종말을 고하고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서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고 알렸다.

군부는 미얀마 명절인 딴진 물축제를 맞아 오는 30일까지 소수민족 무장조직과의 휴전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시위는 계속해서 진압하겠다고 밝혀 군부와 시위대·무장세력 간 충돌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전날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군부의 잔혹행위가 심각하고 소수민족 무장조직 다수가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 전례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또 “안보리가 다층적 재앙을 막는 올바른 집합적 행동을 위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주길 요청한다”면서 “미얀마는 대학살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군부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상황은 악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