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국이 내전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음에 따라 현지 우리 교민과 기업인의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잔혹행위가 심각해지면서 소수민족 무장 단체들이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내놓고 있다. 미얀마 민주 진영은 1일 군사정권에 맞서 국민통합정부를 출범시키고 무장 단체와의 연대를 선언하면서 내전 불사 의지를 드러냈다.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도 지난 3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얀마에 전례 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살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에선 중국이 미얀마 제재에 반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 미얀마 양곤지점 현지인 직원이 회사 퇴근 차량을 이용해 귀가하던 중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양곤지점을 임시 폐쇄하고 주재원의 단계적인 철수를 검토 중이다. 이번 사건은 반군부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민간인도 안전하게 밖을 돌아다닐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군부는 심지어 시위대가 없는 일반 주택에도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인권단체에 따르면 쿠데타가 벌어진 이후 두 달간 군경에 의해 살해된 시민은 최소 536명에 달한다. 현지에 있는 우리 교민과 기업인의 안전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미 미국 국무부는 미얀마에 주재하는 비필수 업무 공무원과 가족의 철수를 명령했다. 독일 노르웨이 싱가포르 등도 이용할 수 있는 민항기가 있을 때 자국 국민이 미얀마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외국인의 미얀마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외교부도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교민들에게 귀국 편의를 위해 주 3회 민간 항공기를 마련해놓았으니 이용하라고 안내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 적극적인 철수 권고는 아니다.
그러나 미얀마 상황은 유동적이고 언제 어떻게 상황이 나빠질지 가늠할 수 없다. 언제든 위급해지면 우리 교민을 즉각 철수시킬 수 있도록 군수송기 특별 편성 등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외교당국은 물론 현지에 직원이 파견된 금융기관과 기업 등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현지와 비상 연락망을 미리 구축해 정세를 파악하고 필요하면 바로 긴급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사설] 일촉즉발 미얀마, 현지 교민 안전대책 시급하다
입력 2021-04-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