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시카고’ 무대 재등판… 윤공주표 벨마 기대하세요”

입력 2021-04-02 04:06

배우 윤공주(사진)는 남편을 살해한 여죄수 록시 하트로 9년 전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 섰다. 오랫동안 꿈꾼 공연이지만 당시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시카고 공연에 )꼭 다시 서고 싶다”는 바람은 올해 이뤄졌다. 이번엔 남편과 여동생을 죽인 또 다른 여죄수 벨마 켈리다. “제가 드디어 시카고의 상징인 ‘올 댓 재즈’(all that jazz)를 불러보네요.”

2일 개막하는 뮤지컬 ‘시카고’에서 벨마로 출연하는 윤공주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공연 소식을 듣고 바로 벨마 역 오디션에 지원했다”며 “예전의 아쉬움을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는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된 여죄수 벨마(최정원·윤공주)와 록시(아이비·민경아·티파니영), 변호사 빌리 플린(박건형·최재림) 등을 통해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과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이다. 일반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벗어난 보드빌(vaudeville: 짧은 노래, 춤, 서커스 등 짧은 무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형식) 콘셉트의 뮤지컬이다. 록시와 함께 작품의 양대 축인 벨마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사회자 역할로 볼 수 있다.

윤공주가 해석한 벨마는 굉장히 영리한 캐릭터다. “초연부터 했던 최정원 선배가 벨마의 상징적 인물이라 감히 경쟁하려는 생각조차 안 했어요. 그래도 ‘윤공주표 벨마’를 만들어야 했죠. 살인죄로 갇힌 죄수의 눈빛을 연구하고, 다른 벨마들을 찾아봤죠. 내면의 강인함을 외적으로 더 부각하고 싶어요.”

2001년 뮤지컬 ‘가스펠’로 데뷔한 윤공주는 ‘아이다’ ‘맨 오브 라만차’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등 대극장 무대의 단골 배우다. 그가 특히 ‘시카고’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좋아하는 ‘Simple is best’(단순한 것이야말로 아름답다)의 철학을 잘 구현해서다.

‘시카고’ 무대는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이다. 정중앙 계단형 피트 하나만 세워져 있고, 이 공간에서 모든 장면이 이뤄진다. 소품이나 의상도 마찬가지다. 블랙을 기본으로 하고, 반지나 매니큐어, 목걸이로 포인트를 준다. 윤공주는 “여백이 많은 공연”이라며 “최소한의 소품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고난도 움직임이 많은 ‘시카고’에서 몸을 잘 쓰는 윤공주의 매력은 더 빛이 난다. 그런데, 그가 처음부터 춤을 잘 추는 배우였던 것은 아니란다. “원래 뻣뻣했어요. 매일 노력해서 지금의 수준까지 왔죠. 한 번에 이뤄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춤도 그렇고 지금까지 제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은 꾸준함이에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순간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데뷔 후 쉬지 않고 일한 그가 코로나19로 꼬박 1년을 쉬면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예기치 않은 긴 휴가에 낙담할 법도 하지만 낙천적인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바꿔놨다.

“쉼 없이 달려왔으니 이런 시간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두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게 됐죠. 무대가 간절했는데 갑자기 바빠지니 힘든 시기가 오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지금을 행복하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지금 계획은 딱 하나예요. 멋진 벨마를 만들어 내는 것!”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