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ITC는 31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2019년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예비 결정을 내렸다. 특허 침해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특허의 유효성과 침해성을 모두 인정받아야 한다. 1건은 유효성은 인정받았으나 침해성을 인정받지 못 했고 그 외 3건은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부분적으로 인정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아쉽지만 ITC 결정을 존중한다”며 “예비 결정의 상세 내용을 파악해 남아 있는 소송 절차에 따라 특허 침해 및 유효성을 인정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가 비침해 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관련 특허는 국내 소송에서 비침해·무효 판결을 받은 바 있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배터리 소송 전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특허 침해 소송 예비판결에서 패소하면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승소의 의미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공개된 특허에 대한 침해 및 유효성 여부에 관한 것으로 공개된 특허와 달리 독립되고 차별화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면서 비밀로 보호되는 영업비밀 침해와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양사의 미국 배터리 사업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허 침해 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에 따른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 가동 10년 중단 명령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판결로 미국 내 분위기 반전을 이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일 전 ITC의 SK이노베이션 미국 공장 가동 중단 명령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양사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이어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승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양사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 균형을 맞췄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이라고 해도 정치적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사의 합의를 압박하는 판결”이라고 봤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