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수백억 빼돌려 신도시 투기… 유령직원 인건비로 땅 사

입력 2021-04-02 04:04

법인 대표 A씨는 자신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처럼 허위로 꾸민 뒤 회삿돈을 빼돌렸다. A씨는 그 돈으로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경기도 고양시 창릉에 상업용지와 빌딩 등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A씨 가족은 빼돌린 회삿돈으로 연간 수십 차례 골프장을 이용하고 고가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국세청은 법인이 누락한 수입금액과 가짜 부채를 확인하고 A씨의 취득자금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건설업을 운영하는 B씨는 신도시 개발예정지역 토지를 고가에 취득했다. 국세청 자금출처 조사결과 B씨는 근무한 사실이 없는 직원 및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으로 위장하여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국세청은 B씨에게 법인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신고 소득이 미미한 도매업자 C씨도 고양시 등에서 다수 토지를 취득하고 주택을 신축해 그곳에 전입했다. 그러나 C씨의 소비활동은 기존 주소지 인근에서 계속 나타나는 것으로 국세청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 국세청은 C씨가 토지보상금을 수령하려고 매출 축소와 경비 부풀리기로 소득 신고를 누락한 자금으로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세청은 1일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지역 탈세 혐의자에 대한 1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토지 취득 자금 불분명(115명), 법인 자금으로 토지 매입(30명), 중개수수료 누락 중개업자(13명) 등 모두 165명이다. 고가 토지거래를 중개하고도 중개수수료를 누락한 중개업자 13명도 포함됐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나 공직자, 그 특수관계인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날 발표한 지역 외에도 최근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세종시 스마트산업단지 등 31개 개발예정지역 및 산업단지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세무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조사과정에서 허위계약서나 차명계좌 사용 등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등 엄정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