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소법 혼란’ 은행권 질책

입력 2021-04-02 04:05
은성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시중은행장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은 위원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초기 혼란에 대해 은행권의 준비 미흡을 질책하며 안착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은 위원장은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금소법 시행일 은행 창구직원들의 부담과 현장의 혼란·불편이 있었던 점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5일 금소법 시행 후 은행 영업점을 중심으로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강화된 설명의무 탓에 금융상품 가입 등 업무 처리가 평소보다 2~3배 더 걸렸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당장은 부담이 되겠지만 현장에서 소비자 보호가 잘 이뤄지면 향후 CEO 제재 같은 무거운 책임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며 “이참에 금융상품 판매 관행을 완전히 바꾼다고 생각하고 행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금소법 안착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은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 등의 책임을 물어 펀드 판매사는 물론 관리 책임자인 임원에게도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우리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를 통보받았다. 이들 징계가 확정되면 임기 종료 후 3~5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은 위원장은 ‘금소법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정리해 고객에게 메시지로 알린 카드사 사례를 들며 “다른 금융회사도 이런 노력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은 금소법 시행 초기 혼란이 은행의 준비 미비 탓에 벌어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은 위원장이 직접 은행장들을 불러모은 이날 간담회는 ‘질책’과 ‘주문’의 성격이 짙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 등은 금소법 통과 후 1년 내내 대응반을 꾸려 준비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은행만 준비가 안 돼 저 난리”라며 “자기들이 허둥대는 걸 당국 탓으로 넘기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당국 측) 가이드라인이 먼저 나오고 거기에 맞춰 현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모호할 때 창구직원은 문제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간담회에는 진 행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