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법인세율 인상을 통한 1단계 인프라 투자계획이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을 9%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피츠버그 연설에서 향후 8년 동안 2조3000억 달러를 투입하되 재원을 15년간 법인세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1조9000억 달러 패키지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수요 진작용이라면 이번 플랜은 잠재성장률 진작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큰 정부로의 정책전환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 교량·도로 등에 6200억 달러, 물·인터넷 공급 등 주거 개선에 6500억 달러,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에 5800억 달러, 노인·장애인 지원에 4000억 달러 등이 투입된다. 2단계 계획은 1조~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이달 중 발표된다. 1단계 계획이 기업들로부터 법인세를 더 거둬 재원을 충당하는 구조라면 2단계는 연 40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얼개로 돼 있다.
법인세율 인상계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5%에서 21%로 낮췄던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는 내용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수익에 대한 세금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법인세 인상계획으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경기논쟁이 불가피해졌다. 야당인 공화당은 기업 투자가 줄어 경제에 부정적이라며 반대한다. 트럼프 때는 법인세율 인하로 상장기업 EPS가 14%가량 늘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SK증권은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이 다시 28%로 인상될 경우 EPS가 9%가량 줄어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배당을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세금을 더 거둬 인프라에 투자하고 성장잠재력을 키우면 중장기적으로 소득이 늘고 기업 이익도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그 기저에는 경제성장 과실을 대기업과 월가가 독점했다는 비판의식이 깔려 있다. 바이든은 이날 “월가는 이 나라를 건설하지 않았다. 위대한 중산층이 이 나라를 세웠다”며 ‘반기업-반월가’ 정책 노선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인프라 계획이 경제 전체에 반드시 플러스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연간 인프라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1%인 2500억 달러로 법인세는 연 1250억 달러가 증가하기 때문에 순지출 규모는 125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인프라 투자가 계속될 8년차까지는 순수 부양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9~15년차는 연간 GDP의 0.5%에 해당하는 1250억 달러의 법인세 증가가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채 발행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다. 1930년대 뉴딜정책 당시만큼 인프라 정책이 경기진작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지적된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