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해야겠는데 누굴 찍어야 할지…”

입력 2021-04-06 17:27

대학가에서 만난 대학생 A씨(22, 여)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투표용지에 찍을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투표해도 바뀔지 의문”이라며 “토론회를 봐도 네거티브만 난무하고 정책 검증은 없다. 내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줄 후보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20·30세대 유권자들에게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청년 공약 실종,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인한 정치혐오 등을 토로하며 ‘길 잃은 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B씨(25, 남)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청년 정책이 많이 나왔지만 공약을 위한 공약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주거 관련 공약은 자격요건이 타이트해 수혜를 받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C씨(31, 여)는 “일자리 때문에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데 집값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며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실현 가능한 건지 몰라 아직 몇 번에 찍을지 결정을 못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후보들의 청년 관련 공약을 분석해보니 다른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놓은 ‘청년 월세 지원 사업’은 기존 서울시 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그쳤다. 일자리 공약도 창업에 치우쳐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 공급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무효표를 내겠다는 청년도 있었다. D씨(26, 여)는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도, 무상급식을 반대해 스스로 직을 내려놓은 국민의힘도 찍고 싶지 않다”며 “그렇다고 눈에 띄는 청년 공약도 없다”고 했다. 다만 “빈 종이라도 내야 후보들이 청년들의 생각을 주의 깊게 들어줄 것 같다”며 투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정권심판’을 위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E씨(29, 남)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부의 대물림 말고는 서울시에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청년들이 패배주의와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든 가장 큰 이유”라며 “우리가 분노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투표장에 간다”고 밝혔다.

김은빈 쿠키뉴스 인턴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