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거래시스템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판이 거세다. 증권사들이 시스템 개선에 투자할 돈을 아끼는 것이 전산장애가 반복되는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 박모씨(경기도 일산 동구·38)는 전산장애 문제로 증권사를 두 번이나 옮겼다. 그는 지난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일에 KB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장애로 손절을 하지 못해 큰 손해를 봤다. 보유한 대북주가 크게 하락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부 보상을 받은 박씨는 유사한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 거래 증권사를 옮겼다. 그러나 그는 옮긴 증권사에서도 전산장애를 경험했다. 지난달 19일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둘째 날에 미래에셋대우 거래시스템이 먹통이 돼서다.
또다시 보유한 주식이 하락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박씨는 “이제는 어느 증권사로 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또 전산장애로 손해를 보니 정말 화가 난다. 증권사들이 운영 중인 서버가 전반적으로 엉망이라는 증거”라며 “이런 증권사들을 믿고 어떻게 큰돈을 거래하겠나. 시스템 문제를 방임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하는 일이라는 걸 깨닫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권사 전산장애 문제는 고질병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홍성국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에 1만 2708건의 투자자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17건 사고에 4236건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증권사들이 시스템 향상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전산장애가 반복되는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보면 전체 58개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지난 2018년 기준 5419억원, 지난 2019년 5368억원, 지난해 58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에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음에도 전산운용비를 크게 늘리지 않은 셈이다.
전산장애로 피해를 입는다 해도 증권사에서 보상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산장애 발생 시 증권사들은 보상 대상 고객 범주를 협소하게 잡는다. 문제가 발생한 시스템 외에 전화 등 다른 수단으로 적극 매매를 시도하지 않으면 대체로 보상에서 제외된다. 증권사에서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개별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평균 1년 이상 걸리는 기간과 소송 비용이 개인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만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전산장애 빈발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증권사들이 평소에 전산시스템 용량을 아무리 늘려놔도 큰 이슈가 있을 때 투자자가 대거 몰리면 서버 지연이나 장애가 생긴다. 막는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주식시장에 투자자가 대폭 늘어난 만큼 적극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임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
지영의 쿠키뉴스 기자 ysyu1015@kukin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