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3년 전부터 내가 일하는 방을 제대로 정돈하지 못했다…이 때문에 나를 위선자라고 비난하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닌다.”
3년 전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고 일갈했던 조던 피터슨 토론토대 심리학과 교수는 새 책 ‘질서 너머’에서 고백 아닌 고백을 한다. 방을 정돈하지 못한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그는 “어쨌든 내게는 문제의 방으로 돌아가 깨끗이 정리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곤 덧붙인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잡동사니를 깨끗이 치우고 싶은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방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다는 것이다.”
전 세계 600만 부 가까운 베스트셀러의 저자이자 358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피터슨은 새 책에서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를 포함해 12가지 법칙을 추가로 제시한다. 아름다움은 예술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를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 미지의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가들이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 후 이미지, 춤, 연기, 그림, 소설로 변환시켜 보여주면 지식인들이 철학과 비평의 이름으로 다시 설명해준다고 적었다.
행복, 긍정, 위로를 앞세우는 자기계발서와 궤를 달리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이번 책에서도 이어진다. ‘남들이 책임을 방치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는 법칙을 설명하는 장의 다음 문장이 대표적이다. “목표를 세워라. 자신을 단련하라. 그러지 않으면 비참한 결과를 맞이한다. 과연 어떤 결과일까? 고통으로 가득하고 의미는 전혀 없는 삶이다.” “어떤 것에 순간적으로 행복을 느낀다고 해서 그것이 본인에게 가장 유익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면서도 하나의 목소리나 진리를 경계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이데올로기를 버려라’고 강조하면서 저자는 보수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환경주의 등 각종 ‘주의’가 일신교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이데올로기가 현실에 적용될 때 지금까지 쌓아올린 지식은 힘을 잃고 거짓된 환상이 세상을 지배한다.”
서문엔 저자와 가족의 잇따른 투병 과정도 소개돼있다. 저자는 시련을 이겨내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주장을 할 마음은 없다면서도 고통 이후 “책에 의미 있는 말들만 담으려고 노력할 동기를 얻었다”고 썼다. 논쟁과 인기를 함께 부르는 저자인 만큼 국내 반응도 뜨겁다. 새 책 예약 판매를 시작한 첫 주에만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1만 부가 팔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