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든 세상은 정상이다.
주 오일제가 되고도 송아지 다리는 넷이고
죽니 사니 해도 주말이면
사람들은 벌떼처럼 맛집을 찾아나선다.
얼마나 외로우면 댓글주의자가 되었겠니.
다시 학교를 다닌다면
높은 사부 밑에서 구름과 물소리를 공부하자.
소소한 날들의 헌 마일리지를 모아
폭설 내리는 날 시뻘건 소 타고
저항령쯤 들어가거나
앳되고 앳되던 초등학교 때 선생님 보고 싶다.
생은 대부분 우연이고
사람은 사람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알던 사람들은 어느날 죽기도 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컴컴한 노래방에 들어가 춤을 추겠니.
살아보니 집은 작은데 비밀번호가 너무 많다.
어떻든 세상은 오래되었고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이상국 시집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중
‘어떻든 세상은 정상이다’는 첫 문장이 무색하게 이어지는 시어들은 그다지 긍정적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체념이라 하기도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렵고, 어쩔 수 없는 일과 우연이 반복되는 삶이지만 변함없는 하늘과 땅처럼 삶도 계속된다는 시인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긴다. 저항령은 강원도 설악산에 있는 고개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