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와 인연을 끊으려고 그동안 받았던 감독상을 다 버렸었습니다”
전주 KCC를 2020-2021 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올려놓은 전창진 감독은 스스로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시절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 의혹으로 프로농구를 4년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손을 내민 KCC에서 전 감독은 다시 한 번 ‘왕조’를 꿈꾸고 있다.
전 감독은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승부조작 논란 이후) 농구를 다시는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자꾸 아쉬움이 생겼다. 그래서 잠실체육관에 찾아가서 농구 경기를 보며 마음을 달랬다”며 지난 아픔을 회고했다.
그는 KBL 감독상을 5차례나 받은 ‘명장’이었다. 2015년 불명예 퇴진했던 그는 이듬해 검찰에서 승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이어 2019년 법원에서 도박 역시 무죄가 확정됐지만 4년이 사라지고 난 뒤였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KCC 사령탑에 오른 그는 2시즌 만에 다시 프로농구를 제패했다. 전 감독은 “KCC의 제안을 받고 ‘나한테 이런 행운이 오는구나’라는 생각했다. 꼭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번 우승으로 남자 프로농구(KBL) 사상 최초로 3개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 됐다. 원주 DB의 전신인 TG삼보·동부에서 3번, 부산 KT에서 1번, 그리고 KCC에서까지다.
4년간의 공백에도 전 감독의 훈련 철학만은 그대로였다. 전 감독은 “지금은 예전처럼 강하게 훈련할 수는 없다. 예전보다 훈련량이 줄고 선수가 원하는 운동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팀 훈련을 포기할 수 없었다. 전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여름 훈련을 강도높게 했는데도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고 말했다. KCC는 이런 훈련 덕분에 이번 시즌 12연승을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전 감독은 이번 우승의 공을 인터뷰 내내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이 영광은 다 선수들이 만들어준 것”이라며 “특히 주장인 (이)정현이가 나와 선수단과의 다리 역할을 잘 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송)교창이는 짧은 시간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득점을 해내고 수비 리바운드 걱정을 덜어줬다”고 덧붙였다.
지난 30일 울산 현대모비스의 패배로 5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KCC는 이날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87대 77로 승리하며 우승팀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경기 전 우승 소감을 묻자 “무덤덤하다”고 했던 전 감독이지만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이어진 정규리그 1위 시상식에선 눈시울이 붉어진 채 환하게 웃었다. 전 감독은 “돌아가신 정상영 KCC 명예회장님이 살아 계셨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이라며 “(정 회장은) 나를 믿고 불러주셨고 농구 사랑도 대단하셨다”고 추억했다.
전주=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