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 30일은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내내 집합제한업종으로 묶여 영업중단을 반복해야 했던 실내포장마차와 코인노래방 업주 등을 만나 재난지원금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금으로 생계에 숨통이 트였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6년째 서울 강남구 선릉역 부근에서 198㎡(60평) 규모의 실내포차를 운영하는 이모(36)씨는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5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소상공인 지원금도 100만원 받았다. 하지만 600만원 정도의 재난지원금으로는 가게 문을 열어놓기에도 버거웠다고 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이씨는 월평균 28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된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매출이 90%가 줄어드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씨는 31일 “임대료만 한 달에 330만원이고,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유지비를 포함하면 가게 운영비로만 최소 400만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작년 말엔 하루 매출이 2만5000원인 날도 있었는데,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2000만원을 대출받아 버텼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조만간 4차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지원금을 받으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벌써 다음달 임대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42·여)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촌 일대에서 코인노래방 2곳을 운영하던 김씨는 지난해 11월 매장 한 곳을 스터디카페로 바꿨다. 코인노래방이 집합금지업종에 포함되자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김씨는 “1년간 네 번에 걸쳐 (정부 지원금을) 1000만원 정도 받았는데 솔직히 1개월 유지비 수준이었다”면서 “스터디카페로 리모델링 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적지 않아 폐업을 고려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재난지원금이 급한 불을 끄는 수준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난지원금 지급보다 비상시국에서의 임대료 동결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영업자 사이에는 재난지원금이 신속하게 지급돼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방역 정책으로 발생한 손실을 소급해 보상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씨는 “목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됐다”면서도 “자영업자에게는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을 일정 기간 및 비율에 따라 보상받는 정책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씨도 “손실액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코로나19 종식 후 빠르게 재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방역수칙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씨는 “60평(198㎡)짜리 매장에서 ‘8㎡당 1명’ 규정대로 해봤더니 손님은 16명, 테이블은 5개밖에 놓을 수 없었다”며 “그나마도 오후 10시에는 돌려보내야 하니 어떻게 장사하란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재난지원금보다 영업시간을 조금씩 늘려줘 손실을 빨리 보전하도록 해주는 게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황윤태 박성영 기자 truly@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