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 여야가 모두 ‘여론조사 무용론’을 외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표심은 다르다며 총력전을 독려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지지율 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약 20%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두 후보 모두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리얼미터는 YTN·TBS 의뢰로 지난 29~30일 서울 만 18세 이상 1039명을 조사한 결과, 오 후보 지지율은 55.8%, 박 후보 지지율은 32.0%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두 후보의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를 넘어선 23.8% 포인트였다. ‘지지 후보를 바꿀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응답자 86.5%가 “계속 지지할 생각”이라고 답변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오 후보는 이날 관훈토론회를 마친 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지지율은 제게 아무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표율이 문제고, 투표장에 임해 지지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방심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환기하고 있다. 여론조사 격차에 안심한 지지층이 투표장을 찾지 않을까 우려한 반응이다.
박 후보도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유세를 펼치며 “현장 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다른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며 여론조사 무용론을 강조했다.
여야는 자체 분석 등을 통해 두 후보의 실제 격차를 접전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의 여론조사에는 전체 유권자 표심이 담기지 않는 한계가 있는 데다 선거 일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관계자는 “최근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민주당 주장이 공수표는 아닌 것 같다”며 “약 10% 포인트 수준까지 좁혀졌다는 게 당내 전반적 평가이고, 이를 유지하지 못하면 박빙 승부가 펼쳐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점차 줄어들고, 민주당의 일관된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 공세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박 후보 측 캠프 관계자도 “어느 선거든 한쪽이 일방적으로 녹다운되는 결과는 드물다”며 “현장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뚜껑(선거 결과)을 열어보면 초접전일 것”이라고 했다.
두 후보 모두 선거 직전까지 ‘접전 양상’을 강조하며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할 전망이다. 앞서가고 있는 국민의힘은 경계령을, 쫓아가는 민주당은 역전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여론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여론조사에 드러나지 않는 ‘숨은 지지표’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양민철 김동우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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