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사원 심민수(가명·27)씨는 ‘셋이 모여 있는데 민수씨도 와’라는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심씨는 지난주에도 과장으로부터 “대리랑 사원 세 명이서 한잔하는데 어색하니까 와 달라”는 연락을 받고 꾸역꾸역 자리에 참석했다고 한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된 이후 ‘4인 머릿수 채우기’에 동원된 지 벌써 3개월째다.
심씨는 31일 “상사들이 둘, 셋이서 모이면 안 되는 병에 걸렸는지 막내는 한 자리만 남으면 부르는 동네북이 됐다”고 말했다. 심씨는 “5인 이상 집합금지 규제가 시작된 이후 2, 3명 모임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고 오히려 4인으로 모임 인원이 고정됐다”고 답답해했다. 비수도권은 영업시간 규제마저 풀리는 바람에 밤늦게까지 회식을 이어가다 다음 날 지친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최대한 모임을 자제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5인 이상 집합금지가 ‘4인 모으기 조치’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4명까지만 모일 수 있게 제한하면서 ‘만나기도 어려운데 무조건 4명을 모으자’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는 지난 29일 재연장됐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정모(31)씨는 3명 모임이 생길 때마다 나머지 1명을 구해 4명을 맞추려는 ‘4인 강박증’이 생겼다고 한다. 2주 전 모임에서도 한 자리가 남아 단체 카톡방에 1명을 더 모집한다고 공지했지만 그래도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아 이곳저곳 개인 연락까지 돌려 겨우 4인 모임을 했다.
정씨는 “4인 이하로만 모임이 가능하다 보니 2, 3명만 모이면 왠지 허전하고 자리를 다 못 채운 기분”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든데 한 번 만날 때 인원을 꽉꽉 채워 만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거리두기 방역지침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8·여)씨는 “6, 7명이 회식을 갔을 때 자연스레 나눠 앉는 게 일상”이라며 “이제는 회사 근처 카페나 음식점, 술집 어디서도 제지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직장에서 업무 모임은 4인 이하로 진행하지만 개인 모임은 4인 이상으로 하는 기이한 일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김씨는 “회사 안에서는 5인 이상 모일 경우 구청에 신고라도 들어갈까봐 한 번에 끝날 회의를 몇 번씩 나눠 진행하면서도 5명 이상 개인적인 모임은 수시로 생긴다”며 “업무는 비효율적으로 하면서 코로나19 확산도 막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어이없어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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