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와 정부 부처 고위직 인사에서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의 요직 기용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세금 인상 논란에 따른 김상조 전 정책실장 경질로 촉발된 청와대 경제정책라인 인선이 전부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졌다. 불과 올해 초까지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나 추가경정예산안 규모 등을 두고 여권과 기재부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국무총리로부터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는 질책을 받았던 때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31일 청와대가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를 경제정책비서관에 기용하면서 ‘기재부 중심’의 청와대 경제정책라인 인선이 마무리됐다. 각각 기재부 1·2차관 출신인 이호승 정책실장과 안일환 경제수석에 이어 청와대 경제정책라인 ‘3톱’을 기재부 출신이 모두 차지했다.
청와대 경제정책라인이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 건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장하성 전 실장과 김 전 실장 등 시민단체에 몸담은 학자들이 정책실장에 기용됐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운용 경험이 많은 기재부 출신 기용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위상 강화는 인사적체 해소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가져왔다. 지난 26일에는 임재현 전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에 임명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제외하고 주요 간부인 1·2차관과 예산·세제실장이 모두 바뀌었다. 이호동 전 재정관리국장도 최근 신용평가 전문업체인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에서는 최근 기재부 출신이 각광받는 것에 대해 일종의 정권 레임덕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여권이 그동안 경제관료를 ‘적폐’ 취급했는데도 요직에 기용한 것은 그만큼 적절한 사람이 안 보이기 때문”이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야기한 레임덕의 징조 같다”고 평가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