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와 3일 중국에서 예정된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쳐야 하는 우리로선 중대한 외교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공교롭게 두 회의가 비슷한 시간대에 열리게 된 점도 부담이다. 회의 결과가 곧바로 비교되면서 향후 한·미 및 한·중 관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지난 18일 ‘알래스카 충돌’ 이후 미·중 갈등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포성만 울리지 않을 뿐 무역과 인권, 지역협력 등을 놓고 이미 곳곳에서 격돌 중이다. 문제는 양국이 이런 신냉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주변국들을 상대로 줄 세우기 압박에 나섰다는 점이다. 미국이 안보실장 회의에서 다루려는 핵심 의제 중 하나도 대중국 포위 전략일 것이다. 미국과의 힘겨루기 차원에서 외교장관회담을 활용하려는 중국 역시 한국을 미·일로부터 떼어놓기 위한 안간힘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의 압박이 거셀 테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는 균형·실리외교를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협력적인 한·중 관계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조금이라도 어느 한쪽에 기울어졌다는 시그널을 줄 경우 해당국은 한국을 미·중 대결 국면에서 세 과시 재료로 활용할 것이고, 다른 나라한테는 보복의 빌미를 주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1일 기자회견에서 “미·중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고 했는데, 당연한 말이다. 두 회의에서도 이런 기조를 철저히 지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안보실장 회의에서는 미국의 대북정책도 논의될 예정인데, 유연한 대북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가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 최근 미사일을 쏜 북한이나 그런 북한과는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 모두 강경한 입장이다. 이런 때에 대북 압박 강도가 훨씬 세진 정책까지 발표될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고조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미측을 상대로 어떻게든 대화 동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이 마련돼야 함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또 정상회담을 배제할 게 아니라 언제든 다양한 레벨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할 필요도 있다. 어느 한 가지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주문들이지만 당국자들이 분투해 두 회의를 통해 우리의 외교적 입지가 더 공고해지고, 한반도에도 평화의 봄바람이 불 수 있기를 바란다.
[사설] 美·中 줄 세우기 거부하고 균형·실리외교 흔들림 없어야
입력 2021-04-0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