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진짜 망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등에선 땀이 흘렀다. 친구에게 보내려던, 팀장 흉을 팀 단톡에 올려버렸다.
5초 만에 보낸 메시지가 5년 회사 생활 최악의 실수가 될 줄 몰랐다.
멍하게 있는 사이 팀 단톡에선 '읽음'을 알리는 숫자가 빠르게 내려갔다. 정신을 부여잡고 대화창에 '죄송…'이라고 적는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는 외근 나간 팀장님.
나 그냥 퇴사할까. 그게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 신입사원 A씨는 회사 단체 대화창에 오가는 여러 의견을 지켜보다가 커서를 옮기기 위해 마우스를 잡았다. 갑자기 ‘그룹콜’ 통화음이 울려 퍼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A씨는 아직도 그날 자신의 손가락이 왜 메신저의 수화기 버튼을 눌렀는지 모른다. 당황한 A씨는 빠르게 그룹콜을 취소하고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마우스를 잡았던 손에 식은땀이 났다.
# 연이은 상사의 질문에 지친 B씨는 친구가 모인 단체 대화창에 연달아 메시지를 보냈다. ‘그만 좀 묻지’ ‘왜 나한테만 물어봐’ ‘자기가 찾아볼 생각은 안 하고’ 메시지 옆에 각각 숫자 5가 떴다. 이상했다. 여긴 분명 친구 세 명이 모인 창인데…. 대화창을 확인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리는 1초가 100년 같았다. 홍보팀이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상사도 있는 창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지우려는데, 숫자가 모두 사라졌다.
업무 메신저 실수 수습 가이드 : 실전편
이럴 땐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퇴사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쿠키뉴스 구성원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응답한 55명 중 32명이 ‘회사 업무 관련 온라인 메신저에서 실수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이 대화창을 착각했고, 실수 후 메신저에서 사과했다. 가장 중요한 ‘실수 후 수습 방안’은 주관식으로 물었다. 여러 의견을 참고해 곧바로 ‘업무 메신저 실수 수습 가이드’를 만들어 봤다.
단계 1 삭제
반드시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
업무 메신저에서 실수를 했다. 내가 먼저 발견했다면 침착하게 실수 메시지부터 삭제하자. 다른 사람이 일러줘서 알았어도, 일단 사태를 파악했다면 흔적을 지우자.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는 ‘메시지 삭제’나 ‘보내기 취소’ 등의 기능이 있다. 삭제할 메시지를 선택하고 꾹 누르거나(모바일), 마우스 우클릭 버튼을 누르면(PC) 삭제 관련 메뉴가 뜬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 ‘모두에게서 삭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나에게서만 삭제’를 고르면 메시지가 내 창에서만 삭제된다. 카카오톡에서 메시지를 보낸 지 5분이 지났다면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라인 메신저는 ‘보내기 취소’ 기능과 ‘삭제’ 기능이 따로 있다. ‘보내기 취소’를 해야 한다. 메시지를 삭제하면 카카오톡은 ‘삭제된 메지시입니다’라는 알림이 대화창에 남는다. 라인과 텔레그램은 삭제 안내 메시지가 대화창에 남지 않는다.
단계 2 사과
죄송합니다. 창을 착각해 잘못 보냈습니다
메시지를 지웠다. 실수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이 확인 전에 삭제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단체 대화창에서 일어난 실수는 누군가 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일단 사과 메시지부터 쓰자. 실수 정황 등을 간단하게 해명해도 좋지만,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사례1처럼 무겁지 않은 실수는 메신저에서 사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험담 등은 대면해 사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실수가 빨리 잊히도록 말을 꺼내지 않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의 성향과 분위기, 상대의 성격 등을 고려해해 대처해야 한다.
단계 3 명상
사과가 끝났다면 마음을 다스리자. 당분간 실수가 계속 떠오르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실수라고 생각하고 잊는 것이 좋다.
업무 메신저 실수 수습 가이드 : 예방편
최고의 수습은 예방이다. 업무시간에 회사나 구성원의 험담을 메신저로 보내고 싶을 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 분노를 반드시 문자로 남겨야 할까. 고민하는 5초 동안 감정이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실수는 줄일 수 있다.
메시지 오전송 예방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카카오톡을 이용한다면 당장 주의가 필요한 ‘단톡’에 입력 잠금을 걸자. 이 기능을 이용하면 대화창 입력란에 ‘대화에 주의가 필요한 방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온다. 오른쪽 아래 자물쇠 버튼을 눌러야 메시지 입력이 가능하다.
단체 대화창 이름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정하고, 대화창 배경화면을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그림). B씨는 실수 후 두 가지 습관을 만들었다. 업무 메시지를 보낼 땐 꼭 대화창 이름과 내용을 확인하고, 상급자와 대화 후엔 바로 창을 끈다. 개인 메신저와 업무 메신저를 분리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인세현 쿠키뉴스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