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안 나왔다면 없었을 비판들
최근 박수홍 소속사 대표였던 친형의 횡령 소식이 전해졌다. 대중의 지탄은 박수홍의 어머니에게 쏟아졌다. 박수홍이 “부모님은 모르고 계셨으니 무분별한 비난과 억측은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박수홍의 모친은 ‘미운 우리 새끼’에 오랫동안 출연해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때문에 방송 속 소녀 같은 모습 뒤로 형제간 사기 사건을 묵인했다며 공범인 양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적절한 비판은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일이다.
2015년 SBS ‘아빠를 부탁해’는 가족 예능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다 큰 딸과 바쁜 아빠 사이 어색함을 녹이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아빠로 등장한 출연진은 사생활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가까워지는 상황 안에서 이들은 다정한 아빠와 사랑스러운 딸로 이미지 메이킹됐다. 곧 문제가 터졌다. 일부 아빠 출연진들이 미투 폭로에 휘말린 것이다. 이후 딸을 포함해 가족 모두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혔다.
한 예능 관계자는 “관찰 예능은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음증을 자극하며 만들어진 콘텐츠”라며 “필수조건은 비연예인의 출연인데, 그게 가족이라면 시너지는 배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판타지가 깨졌을 때 대중이 받는 충격도 큰 것 같다”며 “사생활 공개에 따른 인기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성을 동반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제작진과 출연자의 꼼꼼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중요한 건 ‘균형’
가족 예능은 다른 관찰 예능과 달리 가족이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제작진의 개입이 비교적 덜 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인식돼 이입이 빠르다. 예능적 요소에 더해 가족 간 관계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가족 예능을 통해 호재를 누린 연예인이 적지 않았다. KBS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했던 김승현이 대표적이다. 생활고 탓에 옥탑방을 전전하던 그가 방송가 블루칩으로 성장한 동력은 가족 공개였다.
처음엔 함소원도 그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아내의 맛’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18살 연하의 중국인 남편 진화와 함께 2018년 6월 초기 멤버로 참여해 결혼부터 출산, 육아까지 공개하며 프로그램 성장을 지탱했다. 하지만 그림자는 길었다. 결정타는 조작 의혹이었다. 함소원의 시어머니가 중국에 있는 친동생과 통화하는 것으로 소개된 장면이 실은 함소원과 통화를 하면서 무리한 설정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중국 시부모의 별장으로 소개된 장소는 유명 숙박업소와 일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함소원을 둘러싼 논란은 박수홍 사태와는 다르다. 가족 예능이 변질됐을 때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방송 초기에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부부가 아니라는 점에 착안해 한중 문화 차이나 나이 차에서 비롯된 세대 차이 등을 다뤘다. 웃음과 다큐 요소를 적절히 섞어 신선하고 현실적인 재미를 선사하면서 극적인 서사를 부여했다. 하지만 점점 균형을 잃고 갑질 논란, 막말 부부 싸움, 육아 다툼, 고부 갈등 등을 등장시키면서 자극을 자극으로 덮는 행태를 보였다.
여러 부작용에 맞닥뜨렸지만 방송가는 당분간 가족 예능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사생활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스타와 그 가족은 여전히 관찰예능의 매력적인 타깃”이라며 “대중이 지닌 엿보기 욕망과 웃음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중에게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무차별적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