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미국 애틀랜타 총영사관 총영사가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한인 여성 4명의 장례식에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명의 장례식은 영사관이 있는 애틀랜타에서 열렸다. 그러면서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다른 한인의 장례식엔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총영사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수습하는 한국 정부의 현장 책임자다. 김 총영사는 한인들의 추모 집회 현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인단체 관계자는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사는 한인들은 지금 아시아계 혐오 범죄의 공포감 속에 지내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고위 외교관들이 교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영사는 장례식 불참에 대해 “기존의 사건사고 처리 관행에 비춰 나름 좀 더 신경을 써서 담당 영사를 참석토록 했는데 결과론적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발생한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이 희생됐고, 이들의 장례식은 모두 끝났다. 사건 현장이었던 애틀랜타에선 2명의 장례식이 지난 25일과 26일에 각각 열렸다. 버지니아주와 뉴욕에서도 한인 희생자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러나 김 총영사는 자신이 담당하는 애틀랜타 지역에서 열린 2명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에선 영사들이 장례식에 대신 참석했다.
김 총영사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 나흘 뒤인 20일 열린 애틀랜타 현지 한인의 장례식엔 참석했다. 김 총영사는 “한인 사회를 위해 큰일을 했던 분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한 애틀랜타 교민은 “어떤 장례식은 직접 가고 어떤 장례식은 후배 영사들을 대신 보내느냐”며 “그 기준은 뭐냐”고 반문했다. 다른 교민은 “김 총영사가 이번 애틀랜타 총격 사건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총영사는 애틀랜타에서 열리고 있는 희생자 추모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총영사는 “영사들이 추모 집회 현장에 나갔다”면서 “지난 26일 온라인으로 열렸던 추모식에는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이번 총격 사건 대응에 대해선 호평과 비난이 엇갈린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사건 초반부터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 현지 경찰과의 접촉, 유가족 위로와 지원, 아시아계 증오범죄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4가지 업무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민은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헌신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수혁 주미 대사에 이어 이번 총격사건 대응 책임자인 김 총영사까지 한인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불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 대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까지 찾아온 애틀랜타 사고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인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모두 불참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