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공원에서 매주 화·수요일마다 열리는 ‘과천 바로마켓’은 과천시의 명물로 꼽힌다. 평소 비어 있던 2400㎡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가 농산물 직거래 장터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협 주도로 2009년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까지 13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최대 규모의 직거래 장터라는 위상도 얻었다. 직거래 장터가 열릴 때면 하루 평균 방문객이 1만명을 넘는다. 31일 aT에 따르면 연간 104일을 개장했던 2019년의 경우 하루 평균 1만4102명이 다녀갔다. 방문객들이 농산물 구매에 쓴 금액은 연간 137억2400만원이나 된다. 전국 각지의 영세농가들이 과천 바로마켓 입점에 목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걸어서 5분 거리 내에 지하철역이 있고 3000개에 달하는 경마공원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유리한 접근성이 영향을 미쳤다. 경마공원 내 식당과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산지에서 바로 공수해 온 질 좋은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에 편의시설까지 갖춘 것이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과천 바로마켓은 지난해 2월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대면 서비스를 해오던 직거래 장터가 문을 닫았다. 시민들의 발길은 끊어졌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농산물 공급권을 얻었던 140개의 영세 농가는 돌연 ‘실직’ 위기를 맞았다.
활로를 뚫은 것은 ‘드라이브 스루’였다. aT는 일부 지역에서 활어회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과천 바로마켓에 접목했다. 2개월여 동안 문을 닫았던 직거래 장터는 지난해 4월 29일 차를 몰고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재개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휴장 기간 직거래 장터를 찾지 못했던 시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드라이브 스루 도입 후 첫 개장에 참여했던 딸기농장주 A씨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2.5t 트럭에 직접 생산한 딸기를 가득 싣고 참여했는데 모두 팔았다”며 “몇몇 분들은 택배 구매를 신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코로나19가 번져나간 올해도 직거래 장터를 지속적으로 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물론 매출의 대폭 감소는 피할 수 없었다. 84일을 개장한 지난해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52억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8.5%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아예 매장을 열지 못했다면 이 수익조차 올릴 수 없었다는 게 드라이브 스루에 참여한 65개 농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입점한 농가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드라이브 스루 아이디어는 지난해 일자리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사례로 꼽혔다. aT 관계자는 “과천 바로마켓 외에 전국 8곳의 장터에도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했다.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든 다른 비대면 판로 확대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