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 확산… 단호히 대응하길

입력 2021-04-01 04:05
미국에서 아시아계 시민을 겨냥한 폭력이 확산돼 한국 교민을 포함한 아시아계 전체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우리는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 증가에 침묵할 수 없다. 이런 공격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해할 수 없는 공격이 속출하는 데 따른 경고 메시지다.

지난달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백인 남성의 총격으로 한인 4명을 비롯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데 이어 며칠 전 뉴욕에선 흑인 남성이 아시아인을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연거푸 발생했다. 지하철에서 아시아 남성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기절했고, 거리를 걷던 65세 여성은 마주 오던 남성의 갑작스러운 발길질에 쓰러졌다. 때린 남자는 “넌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소리쳤다고 한다. 일련의 ‘묻지마 총격·폭행’은 코로나19 발원지 문제와 관련된 중국 혐오 감정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지만, 출신국 구별 없이 모든 아시아계가 표적이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는 이전보다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인종차별만으로도 범죄인데 이에 근거해 폭력까지 행사하는 것은 더욱 용납될 수 없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30일 “우리는 인종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힌 BTS는 애틀랜타 총격 사건에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세계적인 팬덤을 가진 그룹이 아시아인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용기 있게 규탄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미국 정부가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에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 것은 당연하면서도 다행스럽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강력한 메시지와 조치를 계속 내놔야 증오 범죄가 잦아들 수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 정부가 더욱 엄정하게 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긴밀히 소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