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국유지 개간했는데 그냥 나가라니… LH, 보상하라”

입력 2021-04-01 04:05
농민 이봉구씨가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대가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기 전인 2013년 국유지 논에 약을 뿌리고 있다. 이봉구씨 제공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된 국유지에서 60여년간 농사를 지어 온 농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개간비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개발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택지개발지구 내 국유지에서 농사짓던 농민 51명은 지난 26일 LH를 상대로 개간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배급농지로 지급됐던 해당 국유지를 수십년간 개간해 왔고 정부와 대부계약을 맺고 경작해 온 만큼 LH가 ‘개간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해도 출신 피란민으로 이곳에 정착했던 부모를 이어 농사짓는 원주민 조성업(67)씨는 31일 “제1자유로, 제2자유로 개발로 국유지를 수용할 땐 개간했던 사람들에게 보상해줬는데, 장항지구는 1원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며 “갈대숲이었던 땅을 60년 넘게 개간해 왔는데 이제 와서 국유지니 그냥 나가라고 하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LH는 지난해 1월 개간비 보상 요구에 ‘1959년 농지분배명부’ 또는 ‘별도의 개간허가증’을 증빙자료로 요구하며 명단에 없는 이들은 보상할 수 없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1959년에 작성된 명단을 근거로 삼는 건 터무니없다”고 주장한다. 장항동이 고향인 이봉구(57)씨는 “당시 농지 분배 과정이 투명하지도 않았고 명단이 정확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89년까지 행정 절차 없이 방치됐던 땅이라 친척이나 이웃에게 경작권이 넘어가는 등 명의가 바뀌기도 했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이해진(법무법인 일산) 변호사는 “개간은 수십년간 수해와 범람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의 총체”라며 “특정 시점의 자료에 의거해 보상 불가 처분을 내리는 건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LH가 요구하는 개간허가증이 적법개간 증명 수단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과거의 개간 개념을 현재 토지를 비옥하게 만드는 개간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LH는 절차에 따라 보상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적법하게 개간하고 토지를 점유한 사람들만 보상 대상자가 될 수 있고, 기록이 있는 2명은 보상을 받았다”며 “사업시행자 입장에서 적법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인 농지분배명부 등을 고양시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관련 증빙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 정우진 임송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