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나쁜 오빠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보며 부모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하며 야무지게 살리라 다짐했다. 초등학교 때 엄마 친구들이 피아노를 잘 친다며 나에게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계약서를 쓰자고 하며 ‘레슨비는 선불이고, 시간은 정확하게 지켜주세요’ 하고 직접 쓴 계약서에 사인을 받고 레슨비를 받았다. 고등학생 때 오빠가 운전하다가 신호위반을 한 오토바이와 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다. 나는 바로 주위의 아저씨께 증언을 부탁한다며 전화번호를 받아냈고, 오빠가 가해자로 몰렸지만 그 아저씨의 증언으로 쉽게 해결됐다. 나는 누구에게도 틈을 보이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돼 갔고 하나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빠가 폐가 안 좋아 입원했는데 병원의 실수로 뇌사상태가 된 것이다. 오빠가 막 결혼하고 예쁜 딸도 낳았는데 식물인간의 모습이 되자 내 원망은 하나님께로 향했다. 오빠의 사고는 내 삶 전체를 슬픔으로 무겁게 눌러 표정은 어두워졌고, 말수도 점점 줄었다. 그런데 나보다 더 힘들어하던 부모님이 언젠가부터 한마음교회에 가시더니 다른 사람이 돼 기쁨의 삶을 사는 것이다. 누구보다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며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어야 한다고 계속 말하는 부모님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오빠의 상황과 관계없이 기쁘게 사는 모습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가 저런데, 저 기쁨은 도대체 뭘까. 어떻게 오빠를 예수님께 맡겼다는 것이지?’
그러다 부모님 부탁으로 여름수련회에 참가했다. 그냥 ‘음, 그래. 부활하셨지. 알지’ 하던 내게 목사님은 예수님의 부활이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증거이고, 부활로 예수님이 하나님이신 것을 알 수 있다며 ‘이에 저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음이니라’,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는 말씀을 찾아주시는데 깜짝 놀랐다. ‘아! 예수님의 부활이 진짜다. 증거와 증인이 있다.’ 게바, 오백여 형제, 야고보, 사도바울의 고백은 예수님이 하나님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확실했다. 부활이 확실하다고 흥분할 때 작은교회 모임에서 “은혜야. 너는 회개를 언제 했어?” 하는데 갑자기 멍해졌다. 분명히 눈물, 콧물 흘리며 회개했는데 언제 무엇을 회개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죄를 회개해야 하지?’ 심각하게 고민하는데 예수님의 희생을 간과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죄 때문에 채찍을 맞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의 고통은 오빠의 고통과 달리 남의 일처럼 무시하며 살았음을 알게 됐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버린 말도 안 되는 십자가 사랑이 감당할 수 없이 부어졌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제가 주인 되어 주인을 무시했습니다. 이제 저의 주인이 되어주세요.’ 그리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모셨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말씀을 통해 천국에서 영원히 산다는 기쁨이 임하니 부모님처럼 오빠를 온전히 주인이신 예수님께 맡기게 됐다.
지금 나는 음악학원을 운영하면서 영혼들을 만난다. 내 삶의 아픔이라 감추었던 오빠의 사고도 복음을 통해 자유하게 되니 이제는 나의 약함이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됐다. 낙심과 상실감이 컸던 내 마음을 풀어주시고 사명자로 세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은혜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