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고린도교회에 보낸 사도 바울의 편지 안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고전 2:2) 십자가에 처형당한 메시아 예수가 좋은 소식(복음)의 핵심이며 내용이라는 말입니다. 교회의 메시지는 복음에 집중해야 합니다. 복음에는 새로운 삶을 위한 독특한 능력이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십자가의 도가 구원을 위한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입니다.”(고전 1:18)
평생 설교자로 살아온 1937년 태생의 플레밍 러틀리지 여사가 필생의 역작인 이 책을 냈습니다. 올해로 84세인 러틀리지는 미국 설교자 중 단연코 돋보이는 영적 거장 중 한 명입니다. 자신이 속한 미국 성공회에서 십자가에 대한 설교가 점점 줄어들고 기도와 탄원, 음악 등과 같은 예전 중심으로 변화되는 걸 보며 이렇게 탄식합니다.
“나는 십자가에 관한 설교의 지위가 격하된 것이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손실이라고 믿습니다.”
십자가에 관한 이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일까요. 저자가 평생 십자가에 관해 설교하고 연구한 모든 결과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은 1000여쪽이나 됩니다. 저자는 책의 분량이 방대해진 것을 아타나시우스의 말을 빌려 변호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같은 의미를 여러 형태로 설명합니다. 설명할 것을 빠뜨리기보다는 반복한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현재의 분량이 원래 원고를 상당히 줄인 것이라는 고백이 뒤따릅니다.
책의 제1부에선 십자가형에 관한 기본 주제를 다룹니다. 십자가의 수위성, 십자가의 비종교성, 정의의 문제, 죄의 중대성 등입니다. 책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부 제목은 ‘성경의 모티브’입니다. 성경의 모티브로는 유월절과 출애굽, 피의 제사 및 대속과 구속, 최후의 심판과 묵시적 전쟁 등을 언급합니다.
저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분명 십자가의 핵심은 구속과 대속일 것입니다. 구속과 대속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저자는 성경 전체 이야기에 면면히 흐르는 묵시적 전쟁 이미지를 사용해 ‘승리자 그리스도’ 개념을 도입합니다. 달리 말해 이 책의 전체적 흐름은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의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이며 우주적인 중요성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 측면을 간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죄와 악을 이기신 승리자 그리스도는 묵시적 전쟁의 최후 승리자입니다. 그가 구속을 이루며 구속의 정점인 대속을 성취합니다.
가능한 모든 쟁점을 촘촘하게 다루는 저자의 집요함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기독교 신앙 내용 중 십자가 처형만큼 꺼림칙하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주제가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거기에 신적 신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