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잘못 보내진 메시지

입력 2021-04-01 03:03

“○○○님 양성이십니다.”

아내에게 코로나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로 추상적 숫자로만 인식되던 확진자가 매일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 나누며 잠을 자던 살과 피를 가진 인간으로 체감된 순간이었다. 짧은 문자 한 통이 던진 충격은 대단했다. 갑작스러운 입원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누구한테까지 연락할지 등을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 찰나에 아내는 누가 바이러스를 옮겼는지 추적하더니 최근 만난 지인을 유력 후보로 삼았다. 의심의 초점이 명확해질수록 그에 대한 원망도 커갔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 1년간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팬데믹 기간이 길어지며 걱정과 의심이 일상에 차 있게 됐다. 낯선 사람을 많이 만난 날이면 괜히 목이 칼칼하고 열이 나는 것 같다. 집이나 직장 주위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멀쩡한 몸도 갑자기 뻐근하게 느껴진다. 길에서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만나면 좀비라도 마주친 것처럼 놀라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언어 사용방식도 기묘하게 바꿨다. 아내에게 온 검사 결과 메시지를 보라. ‘양성이다’ 혹은 ‘음성이다’가 인간 존재와 상태를 설명하는 술어가 돼버렸다. 그 와중에도 확진 판정에 놀랄 이의 감정을 존중하듯 ‘양성이십니다’라고 경어체까지 사용하는 보건소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그런데 5분 후 보건소에서 새로운 문자가 왔다. 메시지가 잘못 발송됐다고, 검사 결과 음성이니 방역수칙을 계속 잘 지켜달라는 내용이었다. 안도감이 걱정을 몰아내자 몇 분 사이 벌어진 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내를 위로했지만 조심하지 않고 다녔다며 내심 원망했고,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뭘 할지 몰라 무력감을 느꼈다. 아내는 자기가 혹여 바이러스를 전파했을까 안절부절못했고,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내 친구는 바이러스 전파자로 낙인찍혀 있었다. 흥미롭게도 이런 상황이 기독교의 가르침과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담 이후 인류는 참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에게 멀어졌다. 대신 죽음이 삶의 끝이자, 생명의 최종 권한을 가진다는 가짜 메시지와 함께 살아왔다. 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보건소의 잘못된 메시지에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듯, 거짓을 진리로 여길 때 그 파괴적 영향력이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낸다는 잘못된 메시지에 인류는 현세의 삶이 유일한 것인 양 집착을 보이고, 노화와 죽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두려워했다. 타자를 생존을 위한 투쟁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른 누군가를 악마화했다. 심지어 거짓 메시지를 진리로 떠받들려고 더 많은 거짓을 만들어 냈다.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돼 죽고 부활한 것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죽음에 관한 거짓 메시지에서 우리를 해방키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이 단지 살아있는 자만이 아니라 죽은 자의 주님임을 계시했다. 죽음이 창조주의 통제에서 벗어난 폭군 혹은 인간 생명의 마지막을 고하는 심판이 아님을 드러냈다. 죽음으로 인간은 더 큰 생명에 들어간다는 것도 보여줬다.

부활의 메시지가 없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한 거짓 메시지를 진실인 양 착각하고 죽음의 종노릇을 하며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류를 겁박하던 죽음의 권세가 허위임을 보여주는 참 생명의 복음이 매해 부활절마다 전 세계에 선포된다. 올해도 부활의 메시지는 온갖 거짓에서 벗어나 진리가 주는 자유와 참 생명이 주는 기쁨에 참여하라고 우리를 초대할 것이다. 암담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에서 부활의 참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 ‘귀 있는 자’를 이 세계가 어느 때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주님 다시 사셨네!”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