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흥국생명을 누르고 2020-2021 시즌 여자배구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통산 3번째로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 GS칼텍스는 컵대회·정규리그까지 합쳐 여자배구 최초 3관왕의 위업도 달성했다.
GS칼텍스는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대 2(25-23 25-22 19-25 17-25 15-7)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2007-2008시즌, 2013-2014시즌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일궜다. 지난해 9월 제천·KOVO(한국배구연맹)컵 우승과 정규리그 1위까지 차지하며 첫 ‘트레블’을 달성했다.
레프트 이소영과 강소휘, 라이트 외인 러츠의 공격 ‘삼각편대’를 앞세운 GS칼텍스의 공격력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빛을 발했다. 강력한 득점력으로 매 경기 흥국생명을 압도하며 승기를 내주지 않았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 없는 화목한 ‘원팀’의 분위기에서 비롯된 팀워크도 GS칼텍스의 3관왕을 가능케 했다. GS칼텍스는 매 경기 끈끈한 수비를 선보였을 뿐더러 세터 안혜진을 필두로 한 연결과 블로킹·서브 등 전 영역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이날 러츠는 37득점을 올리는 ‘고공폭격’을 퍼부었고, 리시브 폭탄을 맞은 강소휘도 15득점(공격성공률 50%)으로 거들었다. 흥국생명은 ‘배구여제’ 김연경이 27득점(공격성공률 52.17%)으로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친 데다 모처럼 브루나(19점)까지 터졌지만 GS칼텍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GS칼텍스 선수들은 이날 1, 2세트 모두 가져오며 쉽게 승리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반격도 매서웠다.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오른손에 감은 붕대에 ‘끝까지 간다’는 글귀를 새긴 김연경의 집념이 빛을 발하며 3, 4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GS칼텍스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세트 들어선 주장 이소영이 책임감을 발휘하며 6득점을 몰아쳤고, 결국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결정지었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매서운 공격을 이끈 이소영과 러츠의 공동 수상으로 결정됐다. 두 선수는 기자단 투표 31표 중 각각 11표씩 받아 공동 수상자가 됐다. 강소휘(8표)이 뒤를 이었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흥국생명의 김연경도 1표를 받았다.
경기 후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칭찬보다 채찍을 많이 들었고 훈련도 힘들게 시켰는데 그걸 모두 이겨내고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감격스런 소감을 밝혔다. MVP 이소영도 “믿음으로 끝까지 잘 싸워 첫 트레블을 달성하고 큰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친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때 정규리그 1위를 독주하며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말까지 들었던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 폭력 사건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관으로 시즌을 끝냈다. 11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김연경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국내 프로배구 우승 도전도 아쉬운 준우승으로 끝을 맺었다. 김연경은 “경기는 져서 아쉽지만 선수들이 최선 다해 노력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힘든 순간들이 많았던 시즌이지만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마지막 소감을 남겼다.
인천=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