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기록적 한파로 가동을 중단해야만 했던 오스틴 반도체 공장이 지난주부터 가동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30일 밝혔다. 복구에 두 달이 걸릴 것이란 관측을 뒤엎고 정상화 시기를 앞당김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이달 초부터 부분 가동을 시작, 지난주 셧다운 이전 수준에 근접한 생산량에 도달했지만 아직 모든 생산라인이 완벽 복구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정상화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가동을 멈춘 지 약 5주 만이다.
지난해 오스틴 공장의 매출은 3조9131억원이었다. 이번 정전 사태로 약 3000억~4000억원의 손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약 3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완제품 생산에 약 한 달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2분기 초까지도 이번 여파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공정은 제품 생산까지 수백 단계의 공정을 거치는 만큼 잠시만 가동이 중단돼도 다시 정상 가동하는 데 수일이 걸린다. 장비 내 웨이퍼 상태 확인 작업과 안전성 검증, 제품 품질 테스트 등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사태에 앞서 삼성전자가 정전을 사전 인지함으로써 갑작스러운 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다음 달은 돼야 정상 수준의 가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업계 다수 시각이었다.
삼성은 기간이 길어질수록 천문학적으로 급증하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였다. 직원 60명과 협력업체 직원 240명 등 300여명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122만1000㎡ 규모 부지에 3000여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인근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업체 NXP, 독일 인피니언보다 공장 규모가 크다. 이들 역시 최근 정상 가동에 돌입했다.
삼성은 14나노미터(㎚)와 28나노 공정으로 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PMIC)와 통신용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며, NXP와 인피티언은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세계 1·2위 업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