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지난 25일부터 시행되면서 투자의 회색지대에 있던 가상화폐 거래소가 점차 규제 울타리로 들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거래소 폐점, ‘불량 코인’ 종목의 상장 폐지 등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한바탕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금법에 따르면 거래소가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안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 신고를 하기 위해선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좌를 은행에서 발급받아야 한다. 거래소 등 금융사는 자금세탁 의심 거래 대상으로 결정한 시점부터 3영업일 이내에 금융 당국에 보고할 의무도 생겼다.
이 중 가장 까다롭게 여겨지는 신고 요건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실명 계좌를 취득한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대형 거래소 4곳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의 제도화에 대해서 선을 긋고 있어 거래소의 실명 계좌 발급에 리스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 거래소의 폐점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간판만 있는 거래소들이 기한까지 신고를 못해 폐점 수순을 밟는다면, 기존에 유통하던 코인과 고객 자금은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특금법 예외 규정에 따라 문을 닫는 거래소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가 ‘원화 마켓(현금으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시장)’을 취급하지 않을 경우 실명 계좌를 발급하지 않아도 계속 운영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으로만 거래되는 ‘비트코인(BTC) 마켓’만 남기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가 수시로 해오던 종목 상장폐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업비트는 31일부터 ‘시린토큰’ 등 코인 8종에 대한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다. 특금법 감독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자금세탁 위험이 큰 ‘다크코인(거래 내역이 드러나지 않는 가상화폐)’은 취급해선 안 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특금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다크코인으로 의심되는 종목을 미리 정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 종목의 상장 폐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지속적으로 해오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린토큰의 개당 가격은 30일 오후 5시 현재 85원으로 상장 폐지 소식이 나오기 하루 전인 23일 종가(163원)에서 50% 가량 급락했다.
내년 시행되는 가상화폐 과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22년 1월부터는 가상화폐로 연 250만원 초과 소득을 올리면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업계에선 이번 특금법의 취지는 자금세탁 방지이지만,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개별 거래 내역 확보가 가능해진 만큼 과세가 보다 용이해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