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말 폭탄을 던졌다. 그는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제기한 문 대통령 발언을 문제 삼으며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도 노여울 것이 없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깊은 유감”이라며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논의는 없다는 뜻을 재차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와 180도 다른 대북 접근법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김 부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담화문에서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우려한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는 특히 처음으로 ‘선전선동부 부부장’ 직책으로 담화문을 내 제8차 노동당대회 이후 선전선동부로 배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신형탄도미사일 ‘현무4’ 시험발사 성공을 축하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가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25일 발사한 미사일을 ‘신형 전술유도탄’으로 불렀으나 이번엔 탄도미사일이라고 적시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 발언이 자위권 차원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미국과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며 “미국산 앵무새”라고 조롱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담화문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나흘 새 탄도미사일 관련 담화문을 3차례나 발표한 것은 미사일 후속 발사의 명분을 쌓기 위한 측면이 크다. 무력도발로 미국에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북한에 ‘정상 간 담판을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외교 구상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포함되냐는 질문에 “그(바이든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그의 의도가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비핵화 실무 협의가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일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같은 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북한의 도발은 한·미·일의 대북 공조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