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국타이어가(家)의 장남과 차남이 지주사와 계열사의 감사위원을 뽑는 두 차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각각 한 차례씩 승리를 주고받았다. 결과는 무승부로 보이지만,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구도를 굳혔던 차남 조현범 사장을 상대로 1승을 챙겨 그룹 내 영향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0일 주총에서 조 사장 측이 추천한 이미라 제너럴일렉트릭(GE) 한국 인사 총괄을 감사위원·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 부회장은 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함께 이혜웅 비알비코리아 어드바이저스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주주 제안했으나, 득표율이 16%에 그쳤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의결했다. 지분 8.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냈으나, 소액 주주들이 조 사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율은 한국앤컴퍼니 30.67%, 조 회장 5.67%, 조 이사장 2.72%, 조 사장 2.07%, 차녀 조희원씨 0.71%, 조 부회장 0.65%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의 주총도 열렸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부회장이 주주 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감사위원·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조 사장은 김혜경 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후보로 추천했지만 이른바 ‘3%룰’에 막혔다. 조 사장은 지난해 6월 조 회장의 지주사 지분 전량을 받아 42.9%의 지분율을 갖게 됐다. 조 부회장은 19.32%를 보유했다. 다만 올해부터 상법개정안에 따라 양측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돼 지분 22.61%를 가진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