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 73명이 지난 26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가 30일 철회했다. 1964년 이후 유신 반대 투쟁이나 6월 민주항쟁 같은 민주화운동에 공헌한 이들과 가족에게 합당한 예우를 함으로써 민주 발전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였다. 하지만 50년 가까운 과거 일로 후대까지 예우하는 데 대해 공정성 시비가 일자 법안 발의를 없던 일로 했다.
민주유공자 예우 법안은 지난해 9월에도 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 20명이 발의했다. 당시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법안은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우원식 법안에 있던 특례 입학 조항을 삭제하고 공공기관 취업 시 가점 부여 등의 특혜를 배제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 주도로 주택 분양에서 혜택을 주고, 농지나 주택 구입 및 임차 시 대출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부동산 문제 역시 젊은 세대들이 공정성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안이다. 설훈 법안은 또 민주화운동 사망·부상자 및 행방불명자와 그 가족으로 한정했던 법 적용 대상자를, 유죄판결을 받거나 해직 및 퇴학 처분을 받은 이들로 확대했다. 잘못된 판결엔 재심과 보상이 가능하고, 해고나 제적의 경우도 우리 사회가 복직·복학의 기회를 부여했던 만큼 추가적인 예우가 얼마나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됐다.
법안이 발의되자 SNS에서는 “특혜까지 세습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영환 전 의원은 “부끄럽고 부끄럽다. 이러려고 민주화운동을 했나”라며 광주민주화운동유공자를 자진반납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민주유공자들이 기꺼이 감수했던 희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과도한 예우는 민주주의 대의를 위해 헌신한 숭고한 뜻을 훼손할 수 있다. 법안을 뒤늦게나마 철회한 것은 다행이다. 이런 해프닝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과도한 입법이 ‘특혜 대물림’과 역차별 논란을 일으켜 오히려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설] 발의 나흘 만에 철회된 민주유공자 예우법
입력 2021-03-31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