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개원 70주년을 기념해 119년 전 왕실의 잔치 ‘야진연(夜進宴·사진)’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국악원은 1902년 4월 대한제국 황제 고종의 기로소(耆老所·조선 시대 조정 원로들의 예우를 위해 설치한 기구) 입소를 축하했던 잔치인 진연(進宴) 중 밤에 열었던 야진연을 9~14일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이 대대로 지켜온 궁중 예술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자리다. 한국전쟁의 위기에도 1951년 4월 10일 피난지 부산에서 전통 음악의 전승을 이어가고자 했던 국립국악원 개원의 역사는 어둠 속 불을 밝히며 왕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던 야진연과 맞닿아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궁중음악과 궁중무용이 어우러져 뜻깊은 의미를 더한다. 1000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를 왕께 올려 평화와 장수를 기원한 ‘헌선도’와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을 염원하는 뱃놀이를 그린 ‘선유락’,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했던 ‘여민락’과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제천’, 새롭고 힘찬 발걸음의 시작을 알리는 ‘대취타’ 등이 준비됐다. 전통의 원형은 최대한 살리면서 표현 기법은 현대적 재해석을 더 해 첨단 기술과 버무렸다. 무대 전체를 LED로 구성해 아정한 선율과 어울리는 밤 분위기를 연출해 환상적인 공간을 구현한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어둠 속 밝은 빛을 밝히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120여 년 전의 야진연을 통해 희망과 위로가 전해졌으면 한다”며 “어려운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온 찬란한 전통 예술이 전하는 깊은 울림과 감동을 함께 나누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