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만 된다니… ‘게임체인저’ 렉키로나주 아쉬운 한달

입력 2021-03-31 00:05 수정 2021-03-31 00:05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사진)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투여된 지 40여일이 지났다.

이 치료제는 당초 코로나19 사태의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받았고, 현재까지 8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쓰였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치료제를 쓸 수 있는 환자가 ‘경증의 고위험군’으로 극히 제한적인 데다 투약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라 기대만큼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17일부터 29일 0시까지 렉키로나주는 58개 의료기관에서 817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고 30일 밝혔다.

한 달 넘게 이 약을 사용한 병원 현장에선 기존의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외에 치료제 선택의 범위가 넓어져 환영했지만 투약할 수 있는 환자가 너무 제한적인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셀트리온이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할 임상 3상에서는 투약 가능한 환자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치료를 맡고 있는 한창훈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투약 대상이 제한되다 보니 예상만큼 현장에서 큰 도움이 안 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이 약의 투약 환자 범위는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중에서도 경증인 환자다. 중증으로 가기 전 단계의 성인 환자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연령대와 관계없이 중증으로 악화된 환자에게는 쓸 수 없다. 또 실내 공기에서 산소포화도가 94% 이상이고 보조적인 산소공급 치료가 필요 없으며 투약 이전 7일 이내에 증상이 발현했다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다 보니 대형병원 중에서도 렉키로나주 투약 환자가 한 명도 없는 곳이 적지 않았다.

‘투약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에 기저질환자가 렉키로나주를 보유하지 않은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있다가 이송돼 오기도 하는데 이미 렉키로나주를 투여하기엔 증상이 악화된 뒤라서 못할 때가 많았다”며 “이러한 고위험군은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을 고려해서 처음부터 렉키로나주 보유 병원으로 옮기도록 정부가 환자 배정·입원 지침을 변경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치료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아직 판단이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투약받은 환자 숫자가 아직 적은 데다 대부분의 환자는 렉키로나주 하나만 쓰지 않고 렘데시비르, 산소치료, 항생제 등 다른 치료제를 병행한다. 순전히 렉키로나주의 효과로 상태가 호전됐는지 평가가 어려운 것이다. 다만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게임 체인저라는 별명이 렉키로나주보다 백신에 더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환자 억제에는 백신이 더 효과적이며 치료제는 확산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백신은 확산세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예슬 권민지 기자 smarty@kmib.co.kr